한국일보

‘겨울, 봄’

2016-03-24 (목) 01: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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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 Harrison(1978- )

▶ 임혜신 옮김

이곳의 겨울은 가뭄으로 인해 온통
검은 베이지색이다.
3월, 갑자기 비가 흠씬 내리고
한 두주 사이에
세상은 온통 푸름 속에 안긴다.
메스키트나무, 참나무, 포플러, 그리고
휘파람새가 먹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혹은 그 가지들 때문에, 또는
조그만 맛좋은 진딧물 때문에 좋아하는,
버드나무, 가득 들어선
관목 숲 그늘

해마다 세상은 놀랍게도
다시 푸르러온다.
가장 멋진 경이로움, 그것은
남양에서 다시 찾아와 두 팔을
활짝 벌리게 하는,
그리고는 내 앞을 지나
새 모이통을 향해 날아가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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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 오고, 시인은 한 마리 새를 향해 기쁨의 두 팔을 활짝 벌린다. 품에라도 안길 듯이 날아오던 새는 그의 눈앞을 휙 지나 모이통을 향해 날아가 버린다.

새는 시인에게 관심이 없다. 자연의 매력은 이렇게 쌀쌀하리만큼 단순한 삶의 방식에 있는지 모른다. 평범해 보이는 이 시에 방점을 찍을 곳은 새가 찾아오는 장면이 아니라 새가 날아가 버리는 장면이다.

먹이를 향해 날아가는 예쁜 휘파람새, 봄은 저처럼 작고 흠 없는 저들만의 욕망 때문에
푸르고 빛나는 것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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