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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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타는 남편 지친 아이에게 한재 다려 먹일까

2016-03-15 (화)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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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의 허한 증상 보충, 잔병치레 예방적 효과

▶ 체질·건강상태 무시하면 좋은 약재라도 ‘부작용’, 되도록 한의사 처방 받도록

“봄이 오는데, 보약 한재 지어 먹으면 효과 있나요?”
“고등학생 딸아이가 요즘 부쩍 피곤해하네요. 보약 효과 있을까요?“
“한방 약재에 중국산 약재 들어가나요?”
“선물로 녹용을 받았는데, 그냥 먹어도 될까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초, 당귀 같은 약재그냥 먹어도 괜찮나요?”
한방 보약에 관해 흔히 궁금해하는 질문들이다. 한의학에서의 ‘보약’이란 뭘까? 흔히 봄철, 가을철 해먹으면 좋다는 보약. 한의학에서 말하는 보약에 대한 궁금증을 자생한방병원 LA분원 박언정 원장의 도움말을 빌어 알아보았다.

#보약이란
박언정 원장은 “양의학에서는 두통, 당뇨병, 혈압 등 증상에 맞춘 약을 처방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질병을 다루는 관점이 다르다. 한의학에서의 질병은 인체에서 무엇인가가 너무 넘치거나 부족해지는 상태인 불균형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박 원장은 이어 “몸에 침투하거나 남아있는 차가운 기운, 열, 담, 혹은어혈 등 병사가 침범해 넘치면 실증,부족하면 허증으로 분류한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허약함을 보충해주고, 인체 스스로 균형과 조화를 맞춰 체내약해진 부분과 질병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보약’”이라고 덧붙였다.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전체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여러 질환 위험에 노출되기쉽다. 흔히 녹용, 인삼이 들어가야 보약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보약은 일종의 치료법으로 모든 환자에게 같은 보약이 적용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박 원장은 “환자에게 부족한 것이무엇인지 정밀 진찰을 통해 찾아내,환자의 면역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돕는 것이 보약”이라고 설명했다.

#몸의 균형과 예방적 효과
박 원장은 “보약은 허약해진 후에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보다 피로감을 많이 느끼거나 지치는 경우, 더건강이 악화되기 전에 관리하면 예방에 도움 된다”고 말했다.

자녀의 경우 짜증을 잘 내거나, 혹은 밤에 잘 때 식은 땀을 자주 흘리거나, 평소보다 먹는 양이 줄었거나, 동급생이나 또래보다 성장이 뒤쳐지거나,여자 아이의 경우는 생리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는 경우 호르몬의 균형을 찾아주는 한약재가 처방될 수 있다.

박 원장은“ 밤에 흘리는 땀은 특히조심하는 것이 좋다. 너무 과하게 땀을 흘린다는 것은 진액이 빠져나간다는 것인데, 기력이나 진액이 소모되면 반드시 보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보약은 언제 먹나
박 원장은 “봄철, 가을철에 먹는다는 말은 사실 맞다. 그러나 보약은 ‘치료제’다. 계절을 구분하기보다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경우 복용하는 것이 맞다. 대개 현대의학적검사에서 별 이상이 없는데도 쉽게 피로하고 지치며, 전신이 불쾌하고 몸이 무거운 경우 보약이 처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만 되면 감기에 잘 걸리거나 폐, 호흡기가 약한 경우, 여름에는 유달리 심한 복통이나 식은땀이 난다면 몸의 기가 허한 것으로, 봄과 가을에 예방 차원으로 보약을 복용하면 여름철과 겨울철을 잔병치레 없이 무사히 보내는데 도움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처럼 두뇌 피로가 축적되거나, 큰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큰 수술을 하고난 후, 산후 피로, 갱년기 완화 등에 보약은 추천된다.

#보약이 처방되는 허증은
허증은 크게 기허증, 혈허증, 양허증, 음허증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증상에 따라 보약이 처방된다. 또한 기,혈, 양, 음의 부족과 함께 간장, 심장,소화기의 비장, 호흡기의 폐, 신장 등오장 육부가 허약하면 신체 부조화로 인한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기허증: 몸에 기가 떨어졌을 때를 말한다. 활력있는 생활이 힘들어지고, 말수도 적어지며, 피곤함을 잘 느끼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자주눕고 싶다. 누워 있으면 땅이 꺼지는 듯하다. 남들과 이야기하기 싫어진다.

기허증으로 진단되면 기를 끌어 올려주는 인삼이나 황기 등 기력을 북돋는 한약재가 처방된다.

◆혈허증: 피가 부족한 것으로 혈액 순환장애가 나타나 손발이 저리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 초조,두통 등이 나타나며, 앉았다 일어서면 어지럽거나 눈이 침침하고, 기억력 감퇴가 나타나며, 등과 어깨가 무거워진다. 녹용, 당귀 등의 약재가 가미된 한약재가 처방된다.

◆양허증: 몸 안에 불기운이 부족할 때를 말한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운이 부족해 추위를 잘 타고, 감기에도 잘 걸린다. 여름에도 배탈이잘 나며, 찬 음식을 싫어한다. 손발이차고, 찬 것을 먹으면 설사를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양기를 회복시키는 보양제, 뜨거운 약재인 부자등을 가미한 한약이 처방된다.

◆음허증: 몸 안에 진액이 부족한 것을 의미한다. 음은 몸의 열을 차게식혀주는 기운으로 음기는 몸을 전체적으로 유연하고 부드럽게 해준다. 음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진액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진액(윤활유)가 말라 관절은 삐걱거리며, 피부톤도 어두워지고, 주름도 잘 생기며, 얼굴 안색도좋지 않다.

또한 손발이 잘 튼다. 앉았다 일어서면 무릎에서 소리가 난다. 머리카락이 가늘고 잘 빠지며 탈모 증상도있다. 침이 자주 마르며 피부가 건조하다. 얼굴, 손 중심 부위와 발등 같은 곳의 특정 부위가 열로 달아오르는 허열 증상이 나타난다.

호르몬 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진액을 보충해주는 보음제 숙지황을 가미한 한약이 필요하다.

#보약은 몸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나
기본적으로 부족한 것을 채워 몸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균형을 맞춰주다 보니 떨어졌던 면역력을 강화하고, 기초체력을 상승시키며, 상처회복을 빠르게 돕는다.

박 원장은 “1도 체온을 높이면 30% 이상의 암 등 질병 노출될 확률이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다”며 “흔히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소화기 비장이 튼튼해지면서 식욕이 왕성해지지만 신진대사 및 혈액 순환이 빨라져서 신체 불필요한 요소들이 쌓이는 확률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고 오히려 붓거나 살이 찌는 것을 제거해준다”고 설명했다.

인체에서 산소를 소모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생성되는데, 활성산소는 세포 노화와 변형을 일으키며, 나아가 암 유발과도 관련이 깊다. 박 원장은 “여러 한약재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효과가 이미 실험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한약재에 대한 우려는?
중국산 한약재에 대한 중금속 걱정은 여전히 떠오르는 이슈다. 15년간 북경에서 체류하며 공부했던 박 원장은 “사실 중국에서는 동인당이라는 국가가 운영하는 한약방에서 특품에서부터 하품까지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한다. 예전 중국산 약재의 논란은 한국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최근 한국에서도 식약청에서 약용으로 판매되는 한약재는 엄격한 검사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약 처방은 16~25가지 정도 다양한 약초들이 배합돼 처방이 되는데, 중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약재들도 있다. 또 한의사의 처방 없이 개인적으로 약재 한 가지만 복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약재라도 규격화되고 품질 검중된 약재는 다른 유해 성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보약 복용 때 주의할 점은
박언정 원장은 “현재의 본인의 건강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그저 좋다는 말만 맹신해서 개인적으로 한두가지 약재를 다려서 장복하면 부작용이 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약재라 하더라도 체질과 건강상태를 고려해 한의사에게 정확한 한방적 진찰을 받고 적합한 보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녹용의 경우, 녹용만 복용하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간수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또 열성이 높은 사람이 인삼을 복용하면 코피가 나거나 두통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박 원장은 “평소 정기적인 운동과 식습관, 규칙적인 생활이 건강에 가장 중요한 보약이며, 이런 건강한 생활 습관들을 실천하면서 자신의 상태에 맞는 보약을 복용하면 더욱 예방과 균형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의 (323)677-4900

-집에서 만들어 먹는 셀프 보약
원기를 보호해주는 황기죽체내의 원기를 보호하고 위와 비장을 튼튼하게 해 피로로 인한 내장의 기능저하, 기혈 부족 증상에 효과적이다.

재료: 황기 30g, 율무 30g, 소두(작은 콩) 15g 계내금(닭 위의 속껍질을 말린 한약재. 한방 건재상에서 구할 수 있으며, 구하기 힘들면 빼고 만들어도 된다) 9g, 쌀 한주먹만드는 법: 1. 콩을 물에 불려 연하게 한 뒤 껍질을 벗긴다. 2. 황기를 물 600cc에 붓고 20분간 삶은 뒤 가제로 즙을 짠다. 3. 황기즙을 끓이다가 율무와 콩을 넣고 약 30분 끓인다. 4. 계내금 분말과 물에 불린 쌀을 넣어 죽을 쑨다.

-원기회복 차: 힘이 없고 기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쉽게 피로하고 전신이 무력할 때, 소화를 도와주고 원기회복에 효과적이다.

재료: 황기 8g, 산약 12g, 생강 3쪽, 대추 2개만드는 법: 물 1리터와 약재를 넣고 30분 정도 상온에 놔둔 뒤 끓인다. 처음에는 중간 불에서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에 1시간30분 정도 끓인다. 다 끓인 다음 채반에 걸러낸다.

-심신을 안정시키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보혈제 산조인 용안육죽재료: 산조인 30g, 용안육 15g, 쌀 80g, 흑설탕 6g.(산조인과 용안육은 한방 건재상에서 구할 수 있다)만드는 법: 맵쌀을 씻어서 솥에 넣고, 용안육을 잘게 썰어놓는다. 산조인과 용안육을 넣어 물을 부은 다음 끓여 죽이 되면 흑설탕을 넣고 먹는다.

-혈액과 체액을 보충해주는 육종용죽간장과 신장을 강화해 체내 혈액과 체액을 보충해주어 피로 회복과 근골 강화에 효과적이다.

재료: 육종용 30g, 쌀 60g.

만드는 법: 1. 육종용을 삶아 가제로 짜서 즙을 낸다. 2. 이 즙으로 쌀죽을 끓이는데 파의 흰 뿌리를 넣어도 좋다. 단, 약재를 삶을 때는 금속제 냄비를 피해야 한다.

-진액을 보충하는 보음차재료 ; 당귀12g, 숙지황 20g, 인삼 8g만드는 법: 물 1리터와 재료를 1시간 정도 달인 후 차처럼 마시면 좋다.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소량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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