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風磬)’
2016-03-03 (목) 12:14:49
▶ Tony Hoagland (1953- )
▶ 임혜신 옮김
그녀가 풍경을 걸러 포치로 나간다
잠옷바람에 작업용 부츠를 신고
아침 6시 30분
플라스틱 아이스박스 위에 서서
포치의 기둥에 닿아보려 까치발을 하고 있다.
왼손에 풍경, 오른손에는 망치, 못은
이빨로 꽉 물고 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3와 #1을 어떻게 바꾸나 생각 중이다
부엌에 서서 커피를 손에 들고, 잠결처럼.
들려오는 바람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그 안에 풍경소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으리라,
풍경이 걸려있지 않다는 것을
나를 포함한 모두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란 것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하지만 헤어질 때 무엇이 그리워질지 알겠다.
아이스박스 위에 선 그녀의, 작업용 부츠에 담긴 발목
문제를 부딪힌 듯 찡그린 이마,
못을 문
입 맞추고 싶은 작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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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아내가 풍경을 달기 위해 포치로 나간다. 한 손에 망치, 다른 한 손에 풍경을 들고 못은 입에 물었다. 남편을 깨우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다. 그런데 그녀가 입에 문 못과 풍경을 어떻게바꿀지 몰라 난감해하는 짧은 순간을 남편이 포착한다.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자, 그 바람 속에 풍경을 걸고 싶은 여자, 그 여자를 남자는 사랑한다. 이 세상 모든 커플처럼 이들의 미래도 불확실하다. 하지만 여기,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은 살아있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