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냉이 국을 끓이며

2016-02-24 (수) 11: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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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분 / 소설가

2014년도 2월 달로 기억이 된다.

과일나무 묘목을 사서 뒷마당에 심으면서 도라지 씨와 냉이 씨도 한봉지씩 사다가 뒷뜰 작은 텃밭에뿌렸다. 오랜 가뭄에 절수를 해야했으므로 물을 충분히 주지 못했다. 연일 태양은 뜨겁게 작열했다.

그래도 씨를 뿌렸으니 싹이 터 나오기를 기다렸으나 도라지와 냉이의 싹은 전혀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곳 LA 토질에는 맞지 않는 식물인가 보다 하고 까맣게 잊었다.


그런데 올해 어떤 싹이 파랗게올라오고 있었다. 설마 작년에도 안나온 냉이가 해를 건너 올해 나올까 싶었지만 혹시 하는 기대감으로파 버리지 않고 기다려 봤다. 조금씩 자라면서 확실하게 냉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기쁨은 말로 다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혼자 외쳤다.“ 와, 냉이다.

냉이야.” 비가 자주 와 준 덕분에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겨자씨 같은 냉이 씨가 흙속에 묻혀 있다가 정직하게 싹을 틔웠던것이다.

이제는 솎아 줘야 할 때가 된 것같아 바로 어제 그것을 솎아 내는데 마침 비가 왔다. 다음 날로 미뤄도 될 일을 우정 모자를 눌러쓰고그대로 냉이를 캤다. 십 수 년 만에봄비를 맞으며 봄나물을 캐는 기분은 금세 어릴 적 아련한 시골의 옛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다시를 낸 국물에 엷게 된장을풀고 냉이 국을 끓이는데 집안에냉이향이 가득 했다. 받은만큼 정직하게 되돌려주는 흙의 교훈 앞에내 가슴이 뭉클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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