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작’

2016-02-16 (화) 10: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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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ip Larkin(1922-1985)

▶ 임혜신 옮김

차고 노란 햇살이
집들의 고요한 이마결을 씻는
좀 길어진 저물 무렵,
개똥찌바귀 하나
월계수 속에서 노래를 한다
헐벗은 정원 깊은 곳,
싱싱하게 번져나는 노래 소리에
놀라는 벽돌들,
곧 봄이 다시 올 거야,
곧 봄이 다시 올 거야-
그리고 나, 어린 시절은 그저
잊혀진 무료함일 뿐이었던,
나는 다시 아이가 된다.
어른의 세계 속으로
화해하며 다가오는 아이,
때 없이 터지는 웃음 뿐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나는 행복에 젖는다.
‘시작’

태미 장‘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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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의 한파는 역사상 최악이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다시 봄은 오고 있다. 밤 새워 창문을 할퀴던 칼바람은 누그러지고 얼어붙었던 지구의 여기저기에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해가 길어지면서 잉여의 시간처럼 다가오는 저물 무렵, 그 속에 제일 먼저 나타나는 작은 새들. 5시 혹은 6시쯤, 가만 일을 멈추고 다가오는 봄을 느껴보라. 상상의 길을 따라 아이처럼 나서보라. 그 어떤 알 수 없는 시작을 막연히 꿈꾸는 순간, 행복감은 필시 찾아올 것이다.<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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