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기문과 발트하임

2016-02-15 (월) 07:21:46 강창구 /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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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사이에 젊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에 좀 보기 드문 사진 한 장이 나돌아 다녔다. 흐릿한 배경의 사진은 분명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어디선가 연설을 하는 장면인데 그 앞에 어떤 사람이 ‘위안부를 위한 정의’(Justice for Comfort Women)라고 쓴 손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반 총장이 영국 유엔협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해서 연설을 하려는데 영국 시민단체의 한 남성이 위안부에 관련된 반 총장의 최근행보에 대한 항의 표시를 그렇게 했던 것이다.

반 총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 간의 지난 연말 합의에 대해 “24년간 어려웠던 양국 간의 문제를 합의한 것 축하하고, 역사가 이를 높이 평가할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이런 발언은 자연인으로 살아가더라도 두고두고 그에게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오늘날 유엔의 위상은 형편없다. 역대 유엔 사무총장들의 출신국가들을 보면 이념적으로 중립적인 성향이거나 약소국 등 제3세계 출신들이 많이 눈에 띈다. 여기서는 반 총장이 절대 따라가지 말아야 할 인물로 발트하임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그는 외교장관을 했다. 대통령에 출마했다가 낙선도 했다. 그리고 유엔 총장을 지낸 후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제는 대선 기간 중에 그가 나치 독일의 장교로 근무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국민은 그를 대통령을 뽑는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선진국에서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즉 ‘외교적 기피인물’로써 미국입국이 거부된 역사상 최초의 외국정상이라는 굴욕과 함께 국제적 왕따가 되어버렸다.침략전쟁의 희생자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제 겨우 50여명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 분들에게는 후손도 있을 수 없었다는 걸 반 총장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반 총장은 젊지도 않은 올해 72세이다. 그가 차라리 침묵했었더라면 이런 글을 쓸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강창구 /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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