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미국·전 세계 한인 밀집지와 ‘도시 외교’ 협력”

2016-02-03 (수)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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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 한인들 열정과 도전으로 주류사회 진출 뿌듯

▶ 서울시장으로 민생 해결에 모든 에너지 쏟을 것”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미국·전 세계 한인 밀집지와 ‘도시 외교’ 협력”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미국·전 세계 한인 밀집지와 ‘도시 외교’ 협력”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행보는 늘 파격적이다. 시장 취임 첫날 지하철로 출근하고, 최초로 인터넷으로 취임식을 진행하는 등 권위를 버리고 시민들과 소통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독특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선거를 통해 공직에 진출해 한국의 대표 도시 서울을 이끌고 있는 박 시장은 ‘1,000만 시민들과의 소통과 협력, 참여 정책’을 펼치며 차기 야당의 대권 유력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 시장은 미주 차세대 한인들에게 ‘세상은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라며 “도전하다 넘어질 땐 한인 커뮤니티, 고국과의 연결고리가 항상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언제라도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며 꿈을 이루길 부탁드린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시정 철학 및 미주 한인들과의 교류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직접 들어봤다. 서면으로 진행된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한국의 대표도시 서울을 이끄는 시장으로서 해외 교류 비전은

▶서울시장 취임 이후 ‘시민이 시장’이라는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공약으로 밝혔던 “시민의 삶을 바꾸는 시장이 되겠다”고 선언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울 시정의 가장 큰 현안은 민생이며, 민생고를 덜기 위한 가장 우선 과제가 일자리 창출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세계 23개국 27개 도시에 교통, 상수도, 전자정부 등 31개 사업을 수출하는 도시 외교시대를 열고 있으며,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 뻗어 있는 한인사회를 거점으로 혁신과 협치의 도시 외교를 넓혀가고 있다.


-LA와 교류가 꾸준했다. 지난 2014년 LA 시장과 교차방문을 했는데 당시 합의된 교류사업들은 잘 진행되고 있나

▶지난 2014년 상호 형성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도시 안전, 문화관광 분야의 우호 교류협력 강화 협의서를 체결했다. 서울시와 LA는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교류협력에 이어 시민의 실생활과 직접 연결돼 있는 분야로 교류폭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우호도시 체결 10주년을 맞는 해인만큼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LA에 방문해 문화행사 공동개최 등 보다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해 볼 계획이다.

-당시 이민유물 교류 전시 및 동포 상공인을 위한 센터 건립 등 방안이 나왔는데 진전은

▶재외동포 관련정책은 외교부 산하의 재외동포재단이 주축이 되어 추진 중으로 현실적으로 서울시가 정책적으로 개입할 근거가 없다. 동포 상공인을 위한 센터 건립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외교부 차원에서 준비 중인 사업이며 이민유물 전시는 문화관광체육부에서 필요성을 인식, 부지 등에 대해 검토 중으로 서울시 차원에서 동포사회를 위한 정책 영역에서 협조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 협조하겠다.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 등 서울시 자문단인 ‘서울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클럽은 서울에 대한 자문과 조언을 구하기 위해 서울에 거주한 경험자 등 서울과 인연이 있거나 시정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을 회원으로 위촉해 투자유치, 교류협력을 위한 것으로 시장 취임 이후 신설한 모임이다. 2014년 LA 방문 당시에도 서울클럽을 개설, 회원으로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민간영역에서 나눔과 기부운동을 하다 서울시장으로 공직을 맡고 있다.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이며 어떤 일이 더 보람 있나


▶직함은 달라졌지만 마음가짐은 동일하다. 일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고, 보람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서울시장은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이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 하나가 실행되면 시민들의 삶의 표정이 즉시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공무원증을 손에 쥔 채 눈물을 흘리는 직원도 있었고, 시민의 생각과 서울시 빅데이터가 만들어낸 심야 ‘올빼미 버스’가 대중교통이 끊기는 자정부터 오전 5시 사이 매일 6,000명 시민의 발이 되는 것을 보면서,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책임의 무게를 실감했다.

-한국 정치가 경제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진단이 있어 왔다. 한국 정치발전에 무엇이 필요한가

▶우리나라 경제도 어렵지만 정치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 정치는 시민의 삶의 문제, 민생을 해결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모두 반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는 많은 혁신과 많은 변화의 목소리들을 내고 있다. 이제 그 목소리들을 실천해 낼 때다.

-미주 한인사회가 성장하면서 정치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등 주류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활약하는 한인 1.5세 및 2세들이 많다. 차세대 한인 자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미국사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기회의 땅’이라 불리지만 여전히 인종과 계층을 분리하는,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시민단체 시절과 시장 취임 이후 미 순방 중 곳곳에 한인 1.5세, 2세들이 어디에나 어김없이 활약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뿌듯했다. 이처럼 미 주류사회에서 우리 한인들이 당당하게 우뚝 서 있는 것은, 한국인의 핏속에 흐르는 열정과 도전정신이 이룩한 쾌거일 것이다.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은 바로, ‘세상은 꿈꾸는 사람들의 것’을 강조한다. 도전하다 넘어질 땐 한인사회의 커뮤니티, 고국과의 연결고리가 항상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언제라도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며 꿈을 이루길 부탁드린다.

-미주 한인 인재들을 서울에 적극 유치해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1세기는 사람이 경쟁력인 시대다. 이미 세계 도시는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인재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인재는 선택받기 전, 활약할 무대를 스스로 선택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언어를 비롯해 한국 정서, 문화에 비교적 익숙한 한인 1.5세, 2세들은 서울에 안착하기에 더 유리할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 내 인재들이 서울로 유입되는 것은 서울시 차원에서 당연히 적극 환영하며 시는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글로벌 인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능력 있는 한인 1,5세, 2세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확대될 것이고, 서울시는 적극 환영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치인이자 공직자로서 박원순의 미래 포부는 무엇인가

▶시민의 꿈이 곧 시장의 꿈, 시민의 소망이 곧 시장의 소망이다.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품은 그 포부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기댈 언덕이 되어 드리는 것이야말로 시장의 역할이자, 책임이며 동시에 시장이 품어야 할 포부라 생각한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 투자를 늘려 민생을 정상궤도로 돌려놓는데 우선적으로 주력할 생각이다.

-차기 대선에서 야권 유력주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나

▶이제 도시는 과거처럼 국가에 예속된 존재가 아니다. 국가 이상으로 구체적, 실용적, 합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로 부상한 만큼, 서울시장에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에 매진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더구나 지금 서울시민들은 이 겨울의 한파보다도 매서운 민생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오직 서울, 오직 시민’의 마음으로 시민의 어려움을 꼼꼼히 헤아리며, 위기의 해법을 만들어 가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할 것이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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