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카 바이러스 확산...`소두증’ 공포

2016-01-28 (목)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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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일원서 5명 발생...보건 당국 비상

신생아 뇌성마비·정신지체 유발
백악관 긴급 브리핑...임상연구 즉각돌입 지시

‘지카(Zika) 바이러스’에 의한 ‘소두증’ 공포가 뉴욕을 비롯한 미전역을 뒤덮고 있다.
신생아의 뇌성마비나 정신지체를 유발할 수 있는 소두증의 발병원인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27일 현재 까지 뉴욕에서만 5명으로 늘어나면서 지역 보건 및 방역 당국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27일 현재까지 뉴욕시와 롱아일랜드, 뉴욕주 오렌지 카운티, 먼로카운티 등 뉴욕 일원에서만 5명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다. 보건국측이 이들의 감염경로를 면밀히 살펴본 결과 최근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중인 중남미 지역을 방문한 기록을 확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5일 “지카 바이러스가 중남미를 넘어서 캐나다와 칠레를 제외한 미주 대륙 21개 국가에 전파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본보 1월26일 A2면>
실제로 미국 내에서도 뉴욕을 비롯 버지니아, 플로리다, 하와이 등지에서 확진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타 대도시에 비해 보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고 중남미 계 주민 상당수가 거주하는 뉴욕시에서 바이러스 감염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당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집트 숲 모기’에 의해 전파된다는 지카 바이러스가 특히 공포스러운 이유는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태아에게 전이돼 작은 뇌와 머리를 갖고 태어나는 선천성 기형인 소두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5일 하와이에서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소두증을 가진 신생아가 태어났으며, 브라질의 경우 지난해 5월 이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퍼진 뒤 소두증 발병 사례가 20배 이상 늘었다.

특히 성인의 경우 감염 시 발열•발진 등 가벼운 증상을 보이다 일주일 이내에 자가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벼운 감기증상으로 여기고 지나쳐버리기 쉽다. 뿐만 아니라 수혈이나 성관계로도 전염이 될 수 있어 감염경로가 보다 광범위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백신이나 치료법이 전혀 없어 ‘에볼라’ 확산 때와 같은 사태의 재발 가능성도 심각하게 재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6일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긴급 브리핑을 보고 받은 후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에 즉각 돌입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비책으로 백악관과 다국적 대형 제약회사들이 백신 개발을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제약사 역시 백신 개발 타당성 조사 착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역시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인 뎅기열 백신을 작년 처음으로 승인받은 프랑스의 ‘사노피’ 제약사도 이 백신 기술을 지카 바이러스에 적용 가능한지 검토중 이라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임신한 여성들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철저히 준비하고,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국가에 여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라”고 당부했다. A1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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