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덴마크 여인(The Danish Girl) ★★★½(5개 만점)
▶ 레드메인과 비칸더의 연기 보석처럼 빛나…아름답고 섬세하지만 깊이·무게감은 아쉬워
게르다(왼쪽)가 여장을 한 남편 아이나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의학 사상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 중의 하나인 덴마크의 화가 아이나 베게너(1882~1931)의 전기영화로 아이나 역의 에디 레드메인과 그의 아내로 역시 화가였던 게르다 역의 알리시아 비칸더의 연기가 보석처럼 빛나는 영화다.
아름답고 섬세하고 민감하며 차분한데 좀 더 감정적으로 깊이와 무게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허풍을 떨지 않아선 좋긴 하나 지나치게 완벽하려다 오히려 사실성과 생명감이 약해진 우를 범하고 있다.
미 올림픽 금메달 육상선수 브루스 제너가 케이틀린이라는 이름의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해 화제가 되고 있는 요즘 시의에 딱 맞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작년에 나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은 소품 ‘탠저린’(Tangerine)의 자매편과도 같은 작품이다. ‘탠저린’은 여자로 성전환한 두 명의 흑인 배우가 할리웃의 샌타모니카 거리에서 몸을 파는 창녀로 나오는 얘기인데 두 배우의 연기가 뛰어난 코미디드라마다.
‘덴마크 여인’의 시대는 1926년께. 아이나는 성공한 풍경화가요 그의 아내 게르다는 남편 보다 성공 못한 인물화가. 어느 날 게르다는 모델 없이 그림을 그리다가 아이나에게 여자 모델 노릇을 하라고 부탁한다.
이에 아이나는 스타킹에 발레슬리퍼를 신고 비단 드레스를 입은 채 아내의 모델이 된다. 그리고 아이나는 자기 피부에 와 닿는 비단 옷의 감촉에 매료된다. 이로 인해 아이나는 서서히 자기안의 여성적인 곳을 찾아 나아가고 게르다는 그런 남편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화가로서 성공의 길에 오른다.
아이나가 여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간파한 게르다는 처음에는 다소 슬퍼하나 남편의 뜻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아이나에게 여성 화장과 함께 가발을 쓰게 하고 드레스를 입힌 뒤 릴리라는 이름으로 둘이 함께 사교계 무도회에 나간다. 그리고 릴리는 헨릭(벤 위셔)의 구애까지 받는다.
게르다의 성공으로 여유가 생긴 둘은 보다 자유롭고 개방된 파리로 이사한다. 그리고 여기서 아이나의 어릴 적 친구로 부유한 미술품 중개상인 한스(마티아스 쇠네르츠)의 주선으로 독일 의사 봐네크로스(세바스티안 코호)로부터 성전환 수술을 받기 위해 드레스덴으로 간다.
당시만 해도 이런 수술은 매우 위험한 혁명적인 것이어서 아이나는 그야 말로 죽음을 각오하고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다. 게르다는 이런 아이나를 옆에서 충실히 돌본다. 아이나는 수술 후 이름을 릴리 일제 엘베네스(릴리엘베라고 불렸다)로 바꿨는데 이후 그림을 안 그렸다.
작년에 ‘모든 것의 이론’에서 스티븐 호킹 역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레드메인의 결이 고른 비단처럼 곱고 섬세한 연기가 훌륭한데 이보다 더 돋보이는 것이 레드메인의 고요한 연기에 맞선 생동감 넘치면서도 깊이가 있는 비칸더의 연기다. 의상과 촬영과 프로덕션 디자인 등도 뛰어나다.
탐 후퍼 감독. R. Focu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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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