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대로 말하는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대로/ 할 수 있단 건 거짓말 같았지/ 고개를 저었지."2011년 MBC TV ‘무한도전'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유재석과 이적이 함께 부른 ‘말하는대로' 가사 중 일부다. 유재석의 힘겨웠던 무명시절과 오버랩되면서 심금을 울린다. '말하는대로 될 수 있다'고 믿고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럼,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말하는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리 만무하다. 하지만 영화 '앱솔루틀리 애니씽'에서는 가능하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음직한 상상을 아주 유쾌하게 스크린에 담았다.
닐(사이먼 페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말하는대로만 이뤄지는 초능력이 생긴다. 그 이유가 압권이다. 은하계 고등생물위원회가 지구의 존폐를 결정하기 위해 지구인의 선악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다.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10일 내에 증명하지 못하거나 악하게 초능력을 사용하면 지구를 파괴시키기로 합의한다. 무작위로 실험 대상을 선정하는데, 거기에 평범한 중학교 교사 ‘닐'이 뽑히면서 초능력을 갖는다.
자신에게 지구의 운명이 달린 줄 몰랐던 닐은 우연치않게 초능력을 알게 된다. 손만 흔들면 말하는대로 이뤄지는데, 그의 2% 부족한 초능력 사용 능력으로 기상천외한 좌충우돌 해프닝이 벌어진다.
사사로운 것에 초능력을 써서 웃음을 자아낸다. 자신이 키우는 개 ‘데니스'에게 말하는 능력을 주고 대화한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직장상사의 마음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더 나아가 아래층에 사는 캐서린(케이트 베킨세일)이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소원까지 빈다.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가 그동안 많이 봐왔던 로맨틱코미디물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 영화는 모든 상상을 초월한다. 초능력을 활용한 기발한 에피소드는 컴퓨터그래픽(CG)과 결합돼 SF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영상미를 선사한다.
특히 반려견 데니스의 배설물이 스스로 달려가 변기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 싱크대에 버린 위스키가 다시 병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 닐이 순간이동하는 장면 등은 포복절도 웃음을 안긴다. ‘하하하'보다는 ‘큭큭'에 가까운 웃음이다.
은하계 고등생물위원회의 회의장면은 그야말로 화룡점정. ‘몬티 파이튼' 사단이 ‘코미디의 전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영향력 있는 '몬티 파이튼의 비행 서커스'를 창출한 영국의 희극 그룹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그룹이지만, KBS 2TV '개그 콘서트'에 출연하는 팀 같은 존재다.
‘몬티 파이튼의 비행 서커스'는 1969년 10월5일에 BBC를 통해 중계된 영국 텔레비전 희극 스케치 쇼다. 존 클리즈와 마이클 폴린, 에릭 아이들, 테리 존스와 그레이엄 채프먼의 영국인 다섯 명과 미국인 테리 길리엄으로 이뤄진 코미디 팀 작품. TV 시리즈에서 더 발전해 쇼·영화·음반·책 등으로까지 영향력이 커지면서 ‘코미디계의 비틀스'로도 불렸다.
이번 영화에 1989년 작고한 그레이엄 채프먼을 제외한 '몬티 파이튼' 5명이 완전체로 참여했다. 테리 존스 감독이 극 초반에 운전 기사 역으로 얼굴을 비추고, 에릭 아이들과 존 클리즈, 마이클 폴린, 테리 길리엄 등 다른 멤버들은 은하계 고등생물 위원을 연기했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멤버들인만큼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쿵짝이 잘 맞았다.
캐서린을 좋아하는 스토커 그랜트(롭 리글)가 닐의 초능력을 알게 되면서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긴장감 속에서도 곳곳에 깨알 웃음을 숨겨놔 지루할 틈이 없다. 극장을 나설 때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감동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영화의 교훈은 단순하다. ‘말하는대로 생각한대로 원하는대로 될 수 있다'고 믿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결국 이뤄지게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포기를 모르는 열정과 끈기. 하나 덧붙이자면, 자신이 인생에서 진짜 뭘 원하는지 찾자는 것이다. 85분, 12세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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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