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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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남용

2016-01-12 (화)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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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국 환자들만 보던 병원에서 LA 한인타운으로 이사를 와서 개업을 한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미국 의료시스템이 좋은 점도 있고 한국 의료시스템이 좋은 점도 있는데, 그 사이를 오고 가는 의료시스템이 LA의 한인타운이라고 생각이 된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문화를 받아들이지만 한국적 문화와 정서와 대해서는 자신이 이민 온 시대의 그때 한국의 관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이민자의 어느 정도 공통된 부분이다. 한인타운에서도 일부 환자들은 한국의 70년대와 80년대의 생각으로 병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70년대와 80년대 쓰이던 약 또는 치료방법들이 이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것들이 많지만 그때의 생각으로 의사에게 어떤 약이나 치료방법을 강요를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시간에 쫓기는 의사들, 그리고 자신의 주관을 쉽게 굽히지 않는 환자를 대하면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분께 그 치료방법이 안 좋고, 안 좋은 이유와 다른 좋은 방법을 설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짧게 설명을 하다 보면 환자는 오히려 자기기 원하는 것을 안 해준다고 버럭 화를 내기 때문에 한인타운에서는 아직도 70년대 80년대의 의술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 하나가 항생제의 남용이다. 항생제의 남용은 한국에서는 1990-2000년대에 그 문제점이 지적되어 많이 고쳐졌고 현재는 예전처럼 빈번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90년대 이전에 오신 분들께 ‘마이신’이란 약은 위생상태가 안 좋고, 못 먹고 힘들었던 예전 한국 후진국의 시대에 전염병으로 죽어가던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생명의 약으로 통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그 깨끗한 수돗물도 더럽다고 정수기를 쓰고, 식당에서 다른 사람이 먹던 음식을 다음 손님께 준다면 기겁을 할 정도로 윤택한 삶을 누리는 이 미국의 사람들에게 그 항생제의 의미가 아프리카에서 썩은 물을 먹고, 씻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들과 의미가 같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물론 감염은 미국에서도 매우 많이 일어나지만 70-80년대 이민 오신 교포 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감염과는 차원이 다르다.

2010년을 넘어가면서 의사들은 더욱더 많은 분량의 일들로 더욱 시간에 쫓기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주관을 굽히지 않고 어떤 치료를 강요하는 환자에게 대부분의 의사는 그 환자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사를 강요해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 그것이 진정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였을까?수퍼박테리아의 탄생 배경에는 항생제의 남용이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인 분들은 항생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자신의 의사에게 강요 또는 부탁을 하여 처방 받은 여유분의 항생제를 가족, 친구 그리고 친지 분들과 나누어 드시고 계신다. 감기가 걸려서 항생제를 먹으면 그 덕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항생제가 필요 없는 바이러스성 감기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항생제의 부작용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항생제의 부작용으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2016년 새해를 맞아 이제는 한인타운에서도 선진국 국민답게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과 오용을 막아 더 건강한 교포사회를 만들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213) 674-8282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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