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 여는 신앙 담금질 망치소리

2016-01-05 (화)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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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전 황무지에 터 잡고 전시장·도자기 공방 등 땅 파기부터 땀으로 일궈

▶ 인내 속 하나님과 가까이 “아, 그때 상처 주었구나” 순전한 믿음 저절로 쑥숙

새해 여는 신앙 담금질 망치소리
한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복음을 전하고 삶으로 실천하며평생을 보낸 뒤 그 땅에서 숨진대천덕 신부는 생전에강원도 산골에‘ 예수원’공 동체를 세웠다. 천막을 치고 직접돌을 나르며 한 채 한 채 집을지었다. 이제는 전국은 물론해외의 한인 그리스도인들까지애써 찾아와 영성을 다지는순례지가 됐다.

그 입구에는 인상적인 팻말이붙어 있다. ‘기도가 노동이고,노동이 기도다.’몸을 움직이고 땀으로 실천하는신앙을 강조하는 말이다.

■ 샌버나디노에 ‘예술사랑’ 조성 김성일·김홍비 부부


로스앤젤레스에서 샌버나디노에 접어들어 15번 프리웨이 왼쪽으로 멀찌감치 샌안토니오 산정상이 보이는 계곡에 ‘예술사랑’이 자리잡고 있다. 도예가 김성일, 김홍비 부부가 온몸으로 자연과 부딪히며 인생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베이스 캠프다.

때론 밤중 내내 폭풍이 사납게 몰아치고, 겨울 아침이면 정원 분수에 얼음이 얼기도 한다. 여름에는 산맥의 열기가 대지에 쏟아 내린다. 하지만 부부는 광야에 나무를 심고 지하수를 끌어 올려 예술사랑을 가꾸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예술의 기쁨과 철학을 나눌 수 있는공간이다. 이들이 거친 자연 속에서 당당하게 삶을 개척해 갈 수 있는 저력은 창조주의 섭리에 기대는 믿음에서 우러나온다.

김성일, 김홍비 부부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동반자들이 어슬렁거린다. 바로 룰루, 랄라, 타이거, 인디 등 네 마리의 견공이다. 언제 어디서나 충실한 경호원처럼 곁을떠나지 않는다. 새해 벽두 햇볕이 따스하게내리 쬐는 오후, 개들은 주인 옆에서 낮잠에 빠져 들었다. 앞에 흐르는 냇물 그리고널찍한 계곡 건너편에 펼쳐진 산맥과 어울려 사람과 동물이 자연의 한 부분임을 되새겨 준다. 닭과 오리들은 알을 낳고 개들은 코요테를 추적한다.

“하다 못해 개들을 봐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됩니다. 나이가 제일 많은 인디는 많이 아팠어요. 집안에서만 살아서 여기 와서는 발이아파 걷지도 못했죠. 이제는 저렇게 건강합니다. 흙길이든 돌길이든 거침없이 다녀요.”부부가 샌버나디노 산줄기에 터를 잡은게 7년 전이다. 나무 한 그루 변변하게 볼수 없었던 땅에는 지금 집과 전시장, 도자기 공방이 들어서 있다. 정원에는 조그만수영장까지 갖춰져 있고 나무로 군불을떼는 찜질방까지 자리 잡고 있다. 눈발이내리는 샌버나디노 골짜기에서 찜질방 유리 천장으로 밤하늘의 별들을 헤아릴 수있다.

5에이커의 대지 위에는 캠핑과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는 시설에 계곡이 내려 보이는 리셉션 룸까지 들어섰다. 지붕에는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돼 자연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 모든 게 돈이 아니라, 부부의 몸과 땀으로 하나하나 세운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땅이라고 저희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조경공사장에서만난 목사님께서 소개해 주셨죠. 처음부터계획을 꾸민 것도 없어요. 땅을 보고, 자연을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대로 만들어가는거죠. 저희의 힘이 닿는 대로 최선을 다할뿐이에요. 마음껏 하고 싶은 도자기를 굽고, 조각을 하며 이 땅을 일궈가는 게 주님이 주신 소명이라고 믿고 있습니다.”지금도 전시장에서는‘ 포 코너스 넘버 2’라는 제목으로 작가 네 명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부부의 ‘예술사랑’ 만들기는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지나온 나날은 도전과 인내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하나님과 자연을 향한 겸손을 배우는 세월이었다.

“돈이 떨어지면 공사장에 가서 일을 했지요. 수영장과 폭포도 만들고 조경공사도하며 버텼습니다. 금융위기 때에는 태양 에너지 공사 일을 하다 3층 높이 사다리에서추락하기도 했어요. 척추 뼈가 두 개나 가라앉는 중상을 입었는데 이렇게 멀쩡하게회복했습니다. 아내도 두 번이나 수술을 받을 만큼 건강이 나빴어요. 이곳에서 치유되고 생존하고 기쁨을 맛봅니다. 모두 하나님이 베푸신 기적의 손길이라고 저희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새해 주말에도 부부의 손길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도자기를 만드는 고운 흙과쇠와 시멘트를 다루는 거친 장비가 이곳에서는 하나로 조화를 이뤘다.

“땅을 파고 철골을 굽히고 못질을 하다보면 하나님이 더 잘 떠오릅니다. 몸은 망치질을 하고 있는데 ‘아, 그때 그런 말을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상처를 주었구나’이런 생각이 찾아듭니다.” 투박하고 직선적이며 순전한 신앙이 그리운 시절이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잃어버린 야성을 되찾고근육질 신앙을 갖추길 꿈꾸는 새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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