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를 견디게 해주는 말들

2016-01-01 (금) 06:48:04 모니카 이 심리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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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분주함도 이제는 끝이 났다. 굳이 쇼핑몰에 가지않아도 도로에 늘어난 차량행렬과 빠르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마음이 함께 분주했었다.

연말은 모두가 바쁘니 많은 분들이 상담소가 좀 한가하리라 예상하지만 실제로는반대다. 지난 몇 년의 경험들을 돌아보면 11월 중순부터상담이 늘어나 12월과 1월에는 연중 가장 바빠진다. 서머타임이 끝난 11월부터 해가 짧아져 일조량이 확 줄고,퇴근 할 때 밖이 어두워 마음이 가라앉고 우울해지기가쉽다.

또한 연말연시 모임과 파티 소식이 방송과 신문을 가득 채울 때, 아무 곳에도 속하지 못하거나 갈 수 없는 형편과 처지에 놓인 사람들 마음에는 소외감과 초라함이밀려든다. 가족이 없는 사람은 다른 가족 모임을 보면서 외로움에 우울하고, 가족들이 많은 사람들은 연말연시 잦은 가족 모임으로 인해불편한 가족과의 충돌과 상처로 힘들어 한다. 이런 저런이유들로 연말연시면 상담이폭증한다.


지난해에도 많은 힘든 분들을 만났다. 새파랗게 젊은아들을 심장마비로 떠나보낸부모, 가족이 한국과 미국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경험한 부부, 경제적 몰락으로 생활터전을 잃어버린 가정, 관계의 단절과 쓰디쓴 실연과 상실의 아픔으로 죽음을 맛본 이들, 남편의 폭력에못 이겨 아이를 데리고 집을나온 아내 등 죽음의 골짜기를 걸었던 그 분들을 견디게해준 희망과 격려의 말들이있었다.

많은 분들이 “이것도 지나가리라”를 붙잡고 버티어 왔다. 그 분들이 버티던 ‘지나가리라’던 미래의 소망이 이제는‘지나간’ 과거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주었다.‘ Hang tough’ 또는‘ Hangin there’란 영어 표현처럼 그냥 붙어있기만 하면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른다. 내가버틸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힘이 되는 글을 읽고, 때론 하고 있는 일에몰두하면서 이렇게 새해를 맞을 수 있었으리라.

막연한 불안감에 눌려 사는이들과 지나간 것에 대한 상처와 후회로 괴로워하는 사람들과 자주 나눈 말은 ‘지금, 여기를 (Here & Now) 사세요’다.

과거의 일도 미래의 일도 모두우리가 어쩔 수 없는 영역임을인정하고, 지금 내가 힘을 가지고 있는 ‘현재’를 의식적으로 인식하며 살기를 독려한다.

앞날을 보면 어떻게 사나 막막하지만, 매일 오늘 ‘하루’만 생각하고 살면 하루는 견딜 수있으리라. 특히 힘들 때는 하루살이처럼 하루만 생각하고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듯하다.

‘할 수 없잖아’도 주어진 현실을 결국은 받아들이도록 돕는 말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붙잡고 씨름하며 에너지를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없잖아’를 고백하며 내버려 두는 것도 한번 쯤 필요한 작업이리라.

흐르는 세월에 1년씩 대나무 같은 마디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이제 새 마디를 잘 시작할 준비를 하자. 며칠 전 새벽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들국화의‘ 걱정 말아요, 그대’ 노래에 눈물이 핑 돌며 앞이 흐려졌다.

“그대 아픈 기억을 모두 그대 가슴 깊이 묻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모니카 이 심리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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