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래된 크리스마스트리

2015-12-26 (토) 12:50:56 고영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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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몇주 전 먼지 쌓인 크리스마스트리 박스를 꺼냈을 때였다. 수북하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있는데딸이 한마디 한다.“ 엄마 이젠 좀 바꾸지, 벌써 30년도 더 된 트리인데..”생각해보니 아이들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으니 정말 오래되긴 되었다.

그 오랜 세월 매해 접었다, 폈다 반복한 탓에 내 머리 숱만큼이나 앙상해지긴 했지만 가지마다 빨간 리본을달고, 장식을 하다 보면 멋진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딸들보다 더 나이 먹은 낡은 플라스틱 크리스마스트리지만, 더 크고멋진 새 것으로 바꿀 수 없음은 내소중한 추억들이 고스란히 방울처럼달려있기 때문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같이 방울을달던 딸들은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세월이 지나며 조금씩 앙상해진 가지를 감추기 위해 매해 장식을 조금씩업그레이드했는데 올해는 장식을 다끝내고 나니 가지마다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트리가 힘겨워 보인다. 내 욕심이 너무 컸던 것 같다. 이젠 트리도조금씩 비워줘야 할 것 같다. 그 안에매달린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반짝일테니까…낡은 크리스마스트리 덕분에 한해를 다시 돌아보며, 가벼워진 마음으로 언젠간 또 추억 속에 묻힐 삶의 여행을 떠난다.

<고영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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