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에서 진짜 광선검 만들 수 있을지 과학자가 정밀 진단
▶ 레이저로는 불가능…플라스마는 이론상 가능하지만 몇가지 숙제남아
"광선검은 지금까지 스크린에 등장한 '가장 멋진 무기'(the coolest weapon)."
최근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세계적인 흥행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영화 속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광선검에도 열광하곤 한다.
주인공은 물론 악의 무리가 극중에서 휘두르는 다양한 형태의 광선검을 본떠 만든 모형 장난감들이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진짜같은 광선검을 만들고 싶어서 광학공학을 공부한 대만인이 만든 최첨단 모델은 400달러의 고가임에도 전 세계에서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비슷하게 흉내를 내더라도 영화에서처럼 무엇이든 벨 수 있는 광선검을 실제로 만들어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영화 속 광선검을 현실에서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호주의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이같은 스타워즈 팬들의 오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과학자의 자문을 구해 광선검의 재현 가능성을 다각도로 짚어봤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퀸스대학 수학물리학부 교수인 지안루카 사리는 이 매체를 통해 "(주인공들이) 오른손에 든 광선검은 단연코 우주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라고 규정한 뒤 우선 레이저를 이용해 광선검을 만들 수 있을지부터 점검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의 레이저 기술로는 광선검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사리 교수는 진단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레이저로 사람이 휘두를 수 있는 크기의 무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빛은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으면 계속 직진하는 속성을 갖고 있어 90㎝ 크기의 검 안에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검 끝에 거울을 달면 빛이 더 뻗어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거울과 그 지지대로 사방이 둘러싸인 칼로는 아무도 벨 수 없다.
게다가 레이저로 뭔가를 자르려면 강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칼에 전원공급장치를 달아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공업용 용접 레이저가 통상 수 킬로와트(㎾)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광선검 전원공급장치는 칼자루보다 훨씬 클 것이 분명하고, 여기에 칼자루를 식힐 냉각장치까지 달면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결정적으로 레이저를 이용한 광선검을 실제로 만들더라도 이 광선검끼리 맞부딪치면 서로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해버려 영화와 같은 멋진 칼싸움은 발생할 수 없다.
실망스러운 결론이지만 대신 사리 교수는 '물질의 4번째 상태'로 불리는 플라스마가 광선검 재현을 위한 가능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플라스마란 아주 높은 온도에서 이온과 자유 전자가 분리된 사실상의 기체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기체에 강력한 전기 방출을 가할 때 주로 생성된다. 번개가 플라스마 현상의 대표적인 예다.
특히 플라스마는 어떤 기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져 스타워즈 속 다양한 광선검들을 재현하는 데 적격이다. 예를 들어 제다이 기사들이 사용하는 녹색 광선검은 염소, 전편의 악당 시스가 쓰는 붉은색 광선검은 헬륨을 각각 이용한 플라스마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작지만 강력한 전원공급장치를 담은 칼자루에 길고 가느다란 필라멘트를 부착하고, 그 안에서 전기를 방출하면서 바깥쪽에 특정 기체를 뿌려주면 영화 속 광선검을 그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사리 교수는 주장했다.
이 광선검의 전원을 켜면 필라멘트가 환하게 밝아지면서 주위에 뿌려지는 기체가 플라스마로 바뀐다. 플라스마의 뜨거운 열기가 닿으면 어떤 물체든 녹일 수 있어 마치 칼로 깨끗하게 잘라내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
다만 현실에서 플라스마를 이용한 광선검을 제작하는 것도 이론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이 역시 현대 과학기술이 풀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사리 교수는 "모든 부품을 콤팩트하게 만들고 다른 광선검의 공격을 견딜 정도로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또 필라멘트 바깥에 계속 뿌려줄 기체를 어디에 보관해야 하는가도 숙제"라면서도 "하지만 이 정도면 좋은 출발이다. (스타워즈의) 은하제국도 하루 만에 건설된 것은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