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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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스틱 제품 호르몬 교란·암 유발

2015-12-01 (화)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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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생활 속 화학물질-소파·차·매트리스의 방연제, 유아 뇌 성장 저해

▶ 인조 합판에 사용 포름알데히드, 천식 일으켜

화학물질과 암, 각종 질병과의 관련성에 관한 뉴스가 끊임없이 나온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환경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걱정에 빠질 수도 없는 노릇. 직업상 노출빈도가 높은 사람이 아닌 평범한사람은 화학물질에 대한 ���출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물론 유아나 임신부 등은 화학물질에 좀 더 취약하다.

앤더슨 암 센터의 마가렛 크립케 박사는 각종 화학물질에대한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전자레인지용 팝콘을 먹는 것은 흡연에 비해서는 사실 별 것 아니다.


흡연은 암 사망의 30%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건강잡지 ‘헬스’(Health) 12월호에 소개된 일상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화학물질 가이드를 간략히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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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연제(flame retardants)

폴리브롬화다이페닐에테르(PBDEs) 같은 화학물질을 포함하며, 방연제, 내연제로도 불리는데, 플래스틱의 내연소성을 개량하기 위해 첨가하는 첨가제다. 때로는 플래스틱 제품 표면에 도포되기도 하고 의자, 소파, 매트리스 등 가구에 쓰는 발포 고무의 방연제로 사용된다.

1970년대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포장가구에 대한 엄격한 가연성 규제안이 시행되면서, 난연제는 화재방지를 위해 의자나 소파, 자동차, 비행기, 유아용 카시트 등 광범위하게 널리 활발하게 사용돼 왔다.

뉴욕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 필립 랜드리간 박사는 “난연제가 스프레이식으로 발포, 고무에 도포되기 때문에 화학물질 분자가 먼지와 함께 떠다니고, 결국 손을 통해 입과 몸 안으로 흡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러 연구들이 지적하는 것은 유아의 뇌 성장과의 관계다. PBDEs는 지용성으로 쉽게 뇌로 흡수될 수 있다는 것. 랜드리간 박사는 “자궁 안의 태아, 유아기에 IQ를 떨어뜨리고, 집중하는 시간도 짧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BDEs는 인체에서 지방으로 축적돼 모유나 제대혈, 어린이 혈액 등에서 검출돼 논란이 됐다.

유아는 성인보다 화학물질 먼지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엎드려 기기 시작하거나 바닥에서 놀이를 하기 때문에 노출도가 높다.

물론 여러 난연제가 안전성을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지만, 예전에 쓰던 제품이 남아 있거나 여전히 위험할 수도 있는 다른 종류의 난연제가 쓰이기 때문에 문제다.

▶위험성을 줄이려면:

현재 쓰고 있는 가구를 새로 다 친환경소재로 바꾸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오래된 소파 안에 발포 고무가 다 부서진 상태라면 화학물질 위험성이 있으므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도 2014년 캘리포니아에서는 난연제 규정을 개정해 애쉴리 퍼니처, 크레잇 앤 배럴, 아이키아(IKEA), 레이지보이(La-Z-Boy), 월마트 등 업체들이 난연제 화학물 없이 가구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

먼지를 자주 청소하는 것도 도움된다. HEPA 필터가 장착된 베큠 청소기를 사용하면 작은 입자까지도 제거가 가능하다. 자주 배큠 청소를 하고, 식사 전에는 손을 자주 닦도록 한다.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

자극성의 인화성 화학물질로 파티클 보드(조각낸 목재를 압축해 접착제로 붙여 굳힌 건축용 합판·PB), 중질 섬유판, 하드우드 합판 등 다양한 목재와 바닥재(특히 라미네이트), 가구 및 나무 목재용 접착제에 들어 있는 성분이다. 포름알데히드에 주목된 것은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재민들이 연방 긴급사태관리청(FEMA)에서 임시 거처로 제공한 트레일러로 이주한 후 집단으로 목과 눈이 따끔거리는 증상, 호흡기 문제, 두통, 코피 등을 호소하면서부터다. 트레일러 안 공기 중 높은 수치의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던 것.

올해도 포름알데히드는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등에서 심도 있게 다뤄 재조명 받았는데, 럼버 리퀴데이터스사에서 판매됐던 중국산 라미네이트 바닥자재에서 캘리포니아 적용 기준치보다 포름알데히드가 과다하게 검출됐기 때문. 결국 럼버사는 중국산 라미네이트 판매를 중단했다.

호흡기로 포름알데히드가 들어오면 코와 목, 눈에 자극을 일으키며, 천식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독극물 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은 지난 2011년 포름알데히드를 인체 발암물질 목록에 등재했는데, 연구들에 따르면 일반 사람보다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도가 높은 가구와 바닥재 생산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포름알데히드가 비강암과 골수성 백혈병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성을 줄이려면:

천연원목 자재를 사용할 수 없다면 최대한 캘리포니아 대기국(California Air resourcesBoard, CARB)의 기준치에 준하는 나무 제품을 구입하도록 한다. 구입 전 제품설명을 살펴보면 ‘CARB-P2 준수’ 표기가 있다면 안심하고 구입해도 된다. 표기가 없다면 제조업체에 직접 문의해 본다.

새로 구입한 나무가구 제품이나 바닥재는 차고나 여분의 방에 며칠에서 몇 주 간 놓아두거나 냄새가 빠질 때까지 뒀다가 사용한다. 그럴 시간이 없다면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를 시켜준다.

#불소화합물(PFASs)

불소화합물(perfluoroalkyl substances·PFCs)은 오염물질이나 기름, 물 등이 들러붙지 못하게 하는 화학물질로 소파, 카펫, 피자 박스, 전자레인지용 팝콘 봉지, 방수기능 옷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조리 때 음식물이 눌러 붙지 않게 하는 넌스틱(nonstick) 프라이팬이나 냄비에도 사용된다.

그러나 PFASs가 뇌, 간, 폐, 뼈, 신장 등 몸 안에 쌓이면 10년 이상 축적돼 있을 수 있다. 여러 연구결과 신장암, 고콜레스테롤, 비만, 비정상 갑상선 기능, 임신 중 고혈압과 저체중아 출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연구들은 웨스트버지니아와 오하이오주 등 PFASs에 오염된 물을 마셔서 노출도가 높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온 연구들이었다.

물론 적은 양의 노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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