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영화 이야기- 연기·촬영·연출 뛰어나나
▶ 내용은 시리즈 1편 보는듯
록키가 과거 자기 라이벌이었던 아폴로의 아들 아도니스(왼쪽)를 코치하고 있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 시리즈 제7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록키’에서 파생된 ‘검은 록키’로 주인공 이름만 달랐지 내용은 ‘록키’ 제1편을 그대로 답습한 기시감이 있는 영화다. 권투선수처럼 튼튼하고 흥분과 재미를 모두 갖춘 영화로 연기와 촬영과 연출 등 여러 면으로 잘 만들었으나 내용이 특별히 새롭다기보다 옛날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점이 흠이다. 스탤론은 시리즈 6편의 각본을 다 자기가 썼는데 이번에는 조연으로 출연만 하고 있다.
감독(공동 각본)을 한 라이언 쿠글러와 주연배우 마이클 B. 조단은 비평가들의 칭찬을 받은 인디영화 ‘프르투베일 스테이션’으로 주목을 받고 이번에 이 WB 영화로 메이저 스튜디오 작품에 선을 보이게 된다.
언더독 권투영화이자 멜로드라마인 영화는 처음에 부모 없이 거칠게 자란 소년 아도니스 잔슨(B. 조단)이 소년 교도소에서 싸움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체구가 작은 아도니스가 자기보다 큰 아이를 주먹으로 때려누이는 모습에서 이 아이가 타고난 싸움꾼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이어 아도니스에게 시리즈 제1편에서 록키와 싸운 아폴로 크리드(칼 웨더스)의 미망인이 찾아와 아도니스가 크리드의 사생아임을 알리고 집에 데려다 키운다. 아도니스는 커서 회사원이 되는데 일종의 부업으로 멕시코 티와나에 내려가 도박권투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러니까 아도니스에겐 아버지의 권투인자가 유전된 것이다.
권투가 하고파 주먹이 근질거리는 아도니스는 직장을 그만두고 필라델피아로 록키를 찾아간다. 그는 죽은 아내의 이름인 ‘에이드리안스’라는 식당을 경영하는 록키를 찾아가 권투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나 록키는 이를 거절한다. 그러나 록키가 아도니스를 지도할 것은 뻔한 일로 영화의 각본은 이런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록키가 자기의 과거 훈련장인 프론트 스트릿 체육관에서 아도니스를 훈련시키면서(그러니까 록키는 시리즈 제1편에서 자기를 가르쳐주던 코치 믹키 역을 맡았던 고 버제스 머레데스 노릇을 하고 있는 셈) 얘기가 힘을 갖추기 시작하는데 여기에 아도니스와 아래층 아파트에 사는 아름다운 가수 비안카(테사 탐슨이 반짝반짝 빛난다)와의 로맨스를 양념으로 섞어 넣었다. 이 것까지 ‘록키’ 제1편을 닮았다.
그리고 영화의 절반쯤 가서 아도니스가 링에 올라 상대방과 격렬한 경기를 벌이면서 본격적인 프로 권투선수의 맛을 본다. 그리고 아도니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영국의 불패 기록을 가진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릭키 콘란(그래암 맥타비시)으로부터 도전장이 날아든다. 리버풀에서 열린 빅매치의 피가 튀는 경기를 찍은 촬영이 사나운데 다소 과장돼 현실감이 떨어진다. 영화는 ‘록키’ 제1편과 똑같이 끝이 나는데 그러니까 이 영화가 성공하면 속편이 나온다는 말이다.
B. 조단이 다부진 연기를 잘하는데 보기 좋은 것은 스탤론의 민감한 연기다. 그가 세상풍파를 다 경험한 사람으로 더 이상 권투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안에서 끓고 있는 권투에 대한 열정에 시달리다 코치로 링에 복귀하는 모습을 연민의 마음이 일도록 아름답게 보여준다. 오스카 조연상 후보감이라는 말이 나돈다.
유명한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의 록키계단이 영화 맨 끝에 나오고 빌 콘티가 작곡한 사람을 흥분시키는 ‘록키’의 주제음악의 일부가 필라델피아의 하늘에 메아리를 남긴다. PG-13.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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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