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객 이익우선이 에이전트의 성공 비결

2015-11-12 (목) 준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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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 위한 에이전트 - 고객 요청에 ‘예스’보다 ‘왜요’라고 반문

▶ 셀러에 객관적으로 듣기 싫은 말도 해줘야

부동산 에이전트라는 직업이 만만치 않다. 고객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그랬다가 눈앞의 이익을 놓칠 것 같은 때가 많다. 그렇다고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 고객 이익 보호임무를 소홀히 하면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

소위 성공하는 에이전트는 눈앞의 이익을 좇지 않는다. 고객의 이익을 먼저 챙기다보면 성공이 저절로 따라 오게 된다. 에이전트는 중개인이면서 상담가, 조언자의 역할도 담당한다.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 에이전트가 해야 하는 말들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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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지(팔지) 말고 그냥 계세요
에이전트가 수수료를 챙기려면 고객이 집을 사던지 팔던지 해야 한다. 주택거래가 완료되지 않으면 한 달여간의 수고도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 고객을 설득해 내는 에이전트가 마치 수완이 좋은 에이전트인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고객의 입장에서는 집을 사고파는 일이 오히려 손해일 때도 있다.


주택을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고객이 주택을 처분하고 새 집을 다시 구입하면 재정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모기지 대출 발급 초기에는 페이먼트의 대부분이 이자로 지급된다.

집값이 올랐다는 판단에 집을 팔아도 원금 상환액이 낮아 높은 매매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너무 잦은 주택매매에 따른 모기지 대출 수수료도 무시하지 못할 비용이다.

■ 큰 집 구입하지 마세요
고객이 규모가 큰 집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면 에이전트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가격대가 높은 큰 집을 거래하면 수수료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직한 에이전트라면 고객의 가족 수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에 적합한 규모의 매물을 추천해야 한다.

규모가 큰 집일수록 재산세, 보험료, 관리비 등 각종 비용부담도 커지게 마련이다. 고객이 요청했다고 무작정 큰 집을 보여주는 것보다 주택 규모에 따라 예상되는 각종 비용을 상세히 설명한 뒤 고객의 결정에 따르는 에이전트의 성공 확률이 높다.

■ 집은 투자수단이 아니에요
고객들에게 주택이 투자수단임을 강조하는 에이전트가 흔하다. 임대료 대신 내는 모기지 페이먼트가 자산으로 쌓여서 좋고 집값이 오른 뒤 처분하면 목돈까지 생겨서 1석2조라는 셈법이다. 한동안 주택은 곧 투자수단이라는 생각이 정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있었던 주택시장 침체가 집이 투자라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투자수단이 너무 강조되다 보니 무리한 대출로 주택구입에 나섰다가 집값 폭락과 함께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사례가 너무 많다. 투자수단만 앞세워 주택을 구입하면 투자목적은 물론 주택 본연의 기능인 거주목적도 이루기 힘들다.

■ 길게 보세요
주택가치는 끊임없이 등락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언제나 상승곡선이다. 항상 상승과 하강곡선을 그려온 주택가치는 결국 오르는 패턴을 역사적으로 보이고 있다. 주택구입 뒤 보유시기를 너무 짧게 볼 때가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보유기간이 길면 가격이 떨어져도 상승기를 거쳐 하락폭을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보유기간이 짧으면 하락기에 발이 묶여 손실이 발생하기 쉽다.

장기 목적으로 구입해야 불필요한 주택매매도 없다. 앞으로 출생할 자녀, 반대로 대학 진학으로 출가할 자녀 등 미래 가족 수 변동 등을 고려해 집을 구입해야 불필요한 이사를 줄일 수 있다. 적어도 5년 이상 보유할 계획이라면 주택구입에 나서도 좋지만 그 미만이라면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 왜요?
유능한 에이전트는 고객에게 항상 ‘왜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예스맨’ 타입의 에이전트는 고객의 가려운 곳을 절대 긁어줄 수 없다. 집을 팔아달라는 요청의 고객에게나, 구입할 집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고객에게 항상 동기가 무엇인지 물어봐야 한다. 그래야 동기에 맞는 적절한 주택을 시간 낭비 없이 찾을 수 있다.

현재 임대중인 아파트 계약이 곧 끝나 새 집을 찾는 경우 계약 만료시기를 알아야 제때 이사할 집을 찾을 수 있다. 현재 거주 중인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집을 보러 다니는 고객에게는 어느 부분이 불만인지 물어본다. 쉽게 고쳐서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라면 굳이 큰 비용을 들여 새 집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 좋은 집을 어떻게 싸게 사나요
바이어 에이전트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좋은 조건의 집을 그것도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루기 쉽지 않는 희망사항이다.

좋은 조건을 갖춘 매물에는 항상 여러 명의 경쟁 바이어들이 있게 마련이다. 바이어 간 경쟁이 심한 매물을 구입하려면 바이어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기대했던 낮은 가격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바이어들의 한결같은 기대사항을 잘 설득하는 에이전트가 유능하다. 좋은 조건의 주택을 구입하려면 조금 높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아니면 눈높이를 낮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 집 상태가 엉망이네요?
집을 내놓을 때 집이 좋다고만 하는 에이전트보다는 듣기 싫은 말까지 해주는 에이전트라야 한다. 실내장식이 요즘 추세에 뒤떨어진다, 개인적인 취향이 너무 강하다, 자녀들이 너무 시끄럽다 등 솔직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셀러는 자기 집에 집착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바이어들이 볼 때는 매력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셀러의 감정이 상할지는 몰라도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견해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에이전트의 본연의 임무다.

<준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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