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용 잘 이해한 뒤 신청해야 거절률 낮아

2015-11-12 (목) 준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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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보융자 - 조기 입주제한 등 엄격한 규정 적용

▶ 신청 서류량 많아 승인 기간 더 걸려

체결된 주택구입 계약이 무산되는 이유 중 모기지 대출로 인한 것이 가장 많은 편이다. 특히 대출한도액이 높은 점보융자를 받으려면 신청 전부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집값이 오르면서 점보융자 신청도 늘고 있다. 점보융자가 최근 일반융자에 비해 승인기준이 다소 완화됐다고 하지만 다른 점도 많아 내용을 잘 이해한 뒤 신청해야 거절률을 낮출 수 있다. 월스트릿 저널이 고소득, 최상의 크레딧 점수에도 점보융자가 거절될 뻔했던 사례를 모았다.

■ ‘조기 입주’ 날벼락
샌프란시스코의 한 변호사가 최근 주택구입 마감을 코앞에 두고 거래가 깨질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다. 변호사가 구입하기로 한 주택은 고령의 아버지가 사는 곳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위치한 주택이다. 집주인과 잘 아는 사이여서 집을 내놓기도 전에 주택구입 계약을 체결해 거래부터 진행했다.

여기까지는 다 좋았는데 주택구입에 들뜬 마음으로 구입할 집에 미리 입주한 것이 화근이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 문제가 생겨도 원만하게 잘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모기지 대출은행이 조기 입주한 사실을 문제로 삼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높은 집값 시세로 변호사가 구입하려는 집 역시 일반융자가 아닌 점보융자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반융자와 달리 대출 한도액이 높은 점보융자의 경우 조기 입주제한 등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다. 최상의 크레딧 기록과 40%라는 높은 다운페이먼트 비율, 고소득 구입자라는 조건이 무색하게 ‘조기 입주’ 사실로 변호사의 점보융자 대출이 단칼에 거절됐다.

이사를 두 번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셀러와 바이어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결국 부동산 에이전트는 점보융자 대신 입주관련 규정이 덜 까다로운 일반융자를 각각 다른 대출은행 2곳으로부터 별도로 받아 가까스로 거래를 마감할 수 있었다.

■ 소액 연체기록 유령처럼 나타나
뉴욕시에서 사업을 하는 한 바이어도 자칫 원하는 콘도 구입을 막판에 대출 거절로 놓칠 뻔했다. 고소득자로 모기지 대출 승인에 자신이 있었던 바이어는 뉴욕시의 치열한 구입경쟁을 감안, 모기지 대출 컨틴전시를 과감히 포기했다. 맨해턴에 위치한 콘도 매물에 이미 여러 명의 바이어들이 오퍼를 제출한 상황이라 에스크로 기간도 30일로 단축하자는 셀러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원하는 콘도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30일 내에 대출을 받아야 했다. 모기지 대출이 기한 내에 당연히 나올 줄 알았던 바이어는 대출은행 측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예전 크레딧 카드 연체사실이 유령처럼 부활해 대출은행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연체금액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무려 10개가 넘는 크레딧카드에서 연체기록이 떠올랐다.

급한 대로 크레딧 기록 교정업체와 연락해 해결에 나섰지만 30일도 안 되는 기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30일 에스크로 마감기한을 맞추기 힘들 것으로 판단, 셀러 측에게 10일 연장을 요청하는 조건으로 구입금액으로 3만달러를 더 지불하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


고소득만 믿고 융자 사전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것이 교훈으로 남았다. 사전승인을 거쳤더라면 비록 작은 금액이지만 크레딧 연체기록을 정정해 3만달러를 더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작년 소득 100만달러도 무소용

10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도 점보융자 규정에 발목이 잡혀 주택구입을 포기해야 했다.

연봉 약 25만달러의 높은 소득을 올리는 이 바이어는 지난해 몸담고 있는 회사가 초과 이익 달성에 따른 보너스 지급하면서 100만달러가 넘는 높은 소득을 보고 했다.
높은 소득을 바탕으로 100만달러를 호가하는 고급주택을 구입하 려했지만 ‘총 부채상환비율’(DTI)의 벽에 막혀 대출이 거절됐다. DTI는 주택 구입자의 소득으로 대출상환 능력을 검증하는 규정이다.

이 바이어는 지난해 100만달러의 높은 소득을 올렸지만 정규 연봉인 약 25만달러만 대출은행이 소득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점보융자를 받기 위해서는 DTI 비율이 약 43%를 넘으면 안 되지만 이 바이어가 신청한 대출액은 약 110만달러로 DTI 비율을 훨씬 초과한 것이다.

■넉넉한 에스크로 기간 필수

점보융자의 경우 대출 한도액 높기 때문에 은행 측이 점검해야 하는 서류량이 일반융자에 비해 많다. 따라서 일반융자 승인에 걸리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구입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점보융자 대출자나 일반융자 대출자는 조급함 때문에 대출신청을 서두르기 쉽다.

다른 점보융자 바이어가 3주 안에 거래를 마감해야 하는 조건을 들고 한 인터넷 렌더를 통해 대출을 신청했다. 운 좋게도 이 인터넷 렌더는 3주 안에 주택구입에 필요한 대출을 발급할 수 있었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전망이다.

지난달 3일부터 전격 시행된 새 모기지 대출규정에 따라 기존 마감기간에서 적어도 6일 간의 추가기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점보융자는 물론 일반융자도 30일 이내에 승인 받기가 매우 힘들어질 전망이다.

<준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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