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 고래를 잡으려는 에이햅 선장(가운데)의 광기가 선원들을 죽음의 항해로 몰고 간다. <사진 Craig T. Mathew>
참 잘 만들어진 오페라다.
음악도 좋고, 연주도 잘하고, 가수들의 공연도, 프로덕션도 모두 좋다. 고래싸움에 나선 뱃사람들의 힘찬 에너지가 작품 전편에서 느껴지는 대단히 박진감 넘치는 공연.
특별히 흰 고래 모비 딕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 에이햅 선장(제이 헌터 모리스 분)의 광기 서린 포효와 그의 마음을 돌이켜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모건 스미스 분)의 호소력 짙은 열연이 오페라 ‘모비 딕’(Moby Dick)의 두 축을 이루며 관객을 극으로 몰입시킨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바다와 포경선, 폭풍우, 선원들의 사투, 고래와의 싸움 장면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그 특수효과를 보는 것만으로도 공연을 관람할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허만 멜빌의 소설(‘백경’)을 작곡가 제이크 헤기(Jake Heggie)와 대본가 진 쉬어(Gene Scheer)가 오페라로 만든 이 작품은 2010년 달라스 오페라에서 초연된 후 미국의 거의 모든 주요 오페라에서 공연되면서 걸작 현대 오페라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 대한 LA타임스의 평도 칭찬일색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재미있는 오페라’는 아니라는 점을 밝혀야겠다. 등장인물 전원이 남자(소년 역에 여자 소프라노가 하나 있긴 하다)이고, 무대는 망망대해를 떠도는 거대한 포경선이며, 사랑이야기는커녕 매혹적인 순간이나 아리아 하나가 없다.
게다가 5년 전 초연된 현대 오페라이니, 어지간히 현대음악을 좋아하지 않고는 3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
제임스 콘론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음악은 대단히 수려하다.
남은 공연은 7, 15, 19, 22, 28일. 티켓 19~308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