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명의 담임목사… KM·EM 투톱체제 ‘동역’

2015-10-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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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 짜 교회, 진짜 성도’ 모토로 황무지를 믿음의 땅으로 일궈

▶ 유진소 목사 “이민 1세목회 한계” 1.5세 김태형 목사와 리더십 공유

2명의 담임목사… KM·EM 투톱체제 ‘동역’
ANC온누리교회의 담임목사는 두 명이다. 20년 전 한인타운에서 교회를 개척한 유진소 목사와 1.5세 김태형 목사다. 김 목사는 4년 전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유 목사는 한어권 사역(KM)을 맡고, 김 목사는 영어권 사역(EM)과 교육부, 소속 교단인CRC와 관계, 지역사회 섬김을 전담한다.

이들의 관계는‘ 전임’과‘ 후임’ 목사가 전혀 아니다. 말 그대로‘동역’하는 동등한 담임목사다. 당회에서도 나란히 앉는다. 유목사가 은퇴하면 또 다른 제3의 목사가 KM 담임목사를 잇게된다. 김 목사의 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교회는 철저하게 ‘투톱’(Two Top)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 목사는 열한 살 어린 김 목사의 리더십을 존중하고 리더십을 세우는 데 망설임이 없다. 내년에 안식년을 떠나면 당분간 김목사가 KM 담임 역할까지 맡게 된다. 장로를 비롯한 한어권 성도와 이해의 폭을 넓힐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민교회에는 1세 목사의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고민하던 중에‘ 왜 담임목사는 꼭 한 명이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세기 1장에도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쪼개어 두 명을 만드시잖아요? 그리고‘ 서로 하나가 되라’고 하시죠. 그대로 따른 겁니다.”쥐꼬리 만한 기득권을 독점하려 온갖 만행을 서슴치 않는 게인간 세상이다. 하물며 본인이 개척하고 대형교회가 되기까지이끈 입장에서 리더십을 나눈다는 게 결코 쉬울 수는 없다. 유목사가 교육부 사역자로 천거한 전도사를 김 목사가 거부했을때가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파워를 내려 놓는 자기 포기라는게 참 어렵더군요. 개척 당시 20년만 목회하겠다고 마음 먹었죠. 그런데 이렇게 계속 하고 있어요.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마당에 함께 하면 그게 어디냐? 그렇게 정리하니까 가능해졌어요.

힘들지만 끝없이 노력해서 반드시 이뤄야 합니다.”ANC온누리교회의 출석 교인은 3,700명이다. 이 가운데 주일학교 학생이 무려 1,000명을 차지하고 있다. 앞날이 창창한 교회다. 그러나 노령화 바람은 이 교회에도 스며들고 있다. 30대후반이던 성도의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으로 올라갔다. 그래도다른 교회와 비교하면 한참 젊은 교회다. 유 목사의‘ 청년 이미지’도 아직 살아 있다.

ANC온누리교회가 예민할 정도로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재정의 투명성이다. 헌금을 쓰는 일에서 엄격하게 공개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사전 책정과 사후 증빙 없이는 단돈 몇 푼도 쓸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이런 기준은 목회자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담임목사와부목사가 동일한 사례비를 받는다. ANC온누리교회의 목사는누구나 똑 같이 2,300달러의 월급을 받고 있다. 또 주거비 지원1,400달러, 보험 500달러, 차량 운행비 400달러가 추가된다. 여기에 일인당 50달러의 가족 수당과 연간 50달러의 근속수당이지급된다. 식구가 많은 부목사가 담임목사보다 더 받는다. 또 부목사에게도 안식년이 주어진다.


이 정도면 부목사 연봉으로는 이민교회 최고급이지만, 대형교회 담임목사로서는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유 목사의 경우 교회안에 마련된 사택에 살고 있어 1,400달러의 주거비를 받지 않는다. 다만 두 명의 담임목사에게는 목회 및 전문 수당을 500달러씩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ANC온누리교회에는 퇴직금 제도가없다. 마지막 한 달치 급여를 지급할 뿐이다. 담임목사도 예외는아니다.

“자랑하려는 게 아닙니다. 롤 모델을 제시해 보려고 애쓰는 거죠. 저는 교단 연금을 적립하고 있어요. 그러면 된 거죠. 목회 자체가 영광인데 그 동안 먹고 살며 자식 키우고 무슨 돈을 또 받습니까? 성도가 감사의 뜻으로 주려고 해도 절대 받지 않을 겁니다.”ANC온누리교회는 베이커스필드와 인랜드 그리고 텍사스 주의 샌안토니오에 캠퍼스 교회를 세웠다. 이 중에서 인랜드의 경우 목회자가 떠난 교회의 성도가 찾아 와 스스로 지원을 요청해 함께 가고 있다.

“팜스프링스에서도 현재 캠퍼스 교회를 세워 달라는 요청이온 상태에요. 일단 세미나부터 하며 추이를 보자고 했어요. 정말힘든 과정이거든요. 돈과 인력, 프로그램을 들여 그곳에 또 하나의 건강한 독립 교회를 세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우리교회를 확장하는 게 아닙니다. 영적인 부분 이외에 아무런 이득도 없어요.”ANC온누리교회는 자녀의 신앙 양육을 위해 교육부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역자 대부분이 풀타임 또는 하프타임으로 일한다. 부모들은 PST(Parent Supporting Team)을 조직해적극 지원하고 교회는 각종 시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있다. 1,000명의 학생이 모이는 배경이다.

‘진짜 교회, 진짜 성도’가 ANC온누리교회가 추구하는 표어다. 하나님 앞에서 떳떳하게 목회하고, 자랑스러운 교회가 되며, 진정한 교인이 되자는 것이다. 선밸리 시대를 열면서 ANC온누리교회가 도전한‘ 전원 교회’ 실험은 완전히 성공했다.

ANC온누리교회

홈페이지 www.anconnuri.com
주소 10000 Foothill Blvd. Lake View Terrace, CA 91342
문의 (818)834-7000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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