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뜨개질하며 따뜻한 정 나눠요”

2015-10-0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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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명여고 뜨개질 모임 2년 전부터 시작

▶ 새로운 취미 ‘활력소’

“뜨개질하며 따뜻한 정 나눠요”

숙명여고 동창인 김정미(왼쪽부터), 홍기옥, 최경복씨가 뜨개질로 만든 인형을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사랑 한 땀, 우정 한 코’

뜨개질 실에 손녀 사랑과 동창 우정을 담아 한 코, 한 코 엮어가는 ‘할머니’들이 있다. 주인공은 숙명여자고등학교 58회 동창 김정미, 최경복, 홍기옥씨.

시작은 김정미씨다. 손녀 사랑이 각별했던 김씨는 2년 전쯤 뜨개질을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손녀에게 직접 뜬 목도리를 안겨줄 생각이었다. 쉽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만만치 않았다.


“바늘을 잡으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요. 숫자도 하나하나 세면서 모양도 계속 생각해야 하고…"

한 달 계획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빠져들었다. 뜨개질을 해서 아이들 인형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인형 만들기에도 도전했다. 완성된 예쁜 뜨개 인형을 보며 손녀들이 "할머니 만세"를 외친 것은 물론이다.

카카오톡에 올린 사진을 보고 할머니가 된 친구들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예쁘다" “대단하다"며 난리도 아니었다.

올해 초부터는 동창 최경복씨와 홍기옥씨가 합류했다. 모두 손녀가 있는 친구들이다. 세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인형을 만든다. 지나온 세월을 이야기하고, 새로 태어날 손녀에 대한 기대도 나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르는 것을 묻고, 아는 것을 가르쳐 주다보면 함께 공부하던 학창 시절도 떠오른다.

“우리 나이쯤 되면 취미로 골프를 많이 하는데, 골프랑은 또 달라요. 만드는 동안 계속 머리를 써야하니 치매예방에도 좋을 것 같아요. 완성된 인형이나 딸랑이, 베개를 보면 뿌듯하고, 아이들에게 선물도 할 수 있으니 보람도 크죠."

지난 7월 또 한 명의 손녀를 품에 안은 김정미씨의 말이다.

할머니들은 오늘도 부지런히 손을 움직인다. 손녀 사랑이 함께 깊어간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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