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을, 그윽한 ‘예술 한잔’ 어떠세요

2015-09-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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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하고 부드럽게 퍼지는 라떼 커피가 그리운 계절

▶ 우유거품으로 예쁘게 그려낸 하트·나뭇잎·장미와 함께라면 더욱 특별한 하루가 되겠죠

날씨가 선선해지면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우유거품을 올린 라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더 자주 난다.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게 되는 아침 출근길, 빨리 찾아오는 어둠으로 길어지는 저녁시간에 감미로운 커피 향기와 함께 포근한 감촉으로 입술을 감싸는 라떼는 일상에 작은 위로와 기쁨이 된다. 라떼를 주문했을 때 표면에 하트나 꽃을 그려주는 바리스타의 작품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잘 내린 에스프레소에 데운 우유를 섞어 만드는 라떼는 맛뿐만 아니라 우유로 그려낸 작품이 더해져 특별한데, 이렇게 예쁜 우유거품 그림을 ‘라떼 아트’라고 부른다. 기본적인 하트뿐만 아니라 나뭇잎, 튤립, 장미, 백조 등 다양한 디자인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라떼 아트는 수많은 연습을 통한 꾸준한 노력과 예술적 감각이 더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SCAA) 주최로 챔피언십을 개최해 바리스타, 라떼 아트, 로스팅 부문 등에 국가 대표를 선발하는데, 올 상반기 치러진 경쟁에서 남가주 부에나팍에 위치한 ‘커피 코드’(Coffee Code)의 한인 전혜진(Angie Chun)씨가 1등을 차지하며 미 국가 대표로 등극해 큰 이슈가 되었다. 같은 대회에서 남동생인 상원씨도 3등을 차지했다.

정해진 시간 8분 안에 총 6잔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미리 제출한 고유의 다자인과 똑같은 라떼 아트를 완성해 실력과 숙련도를 증명하는 어려운 관문으로, 동시에 심사위원과의 유대감도 형성해야 하는 종합예술이다.


대회 참가 전 3개월이 넘도록 매일 새벽 2시까지 연습을 쉬지 않았다는 전씨는 “즉각적인 반응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고객들 앞에서 시연하며 훈련하고, 쉽게 범접하지 못할 기술을 연마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져가며 연습했다. 동생과 언니(전혜성·2013년 커피 페스트 월드 라떼 아트 챔피언 수상)가 있어 서로 도와가며 재미있게 연습했고, 수상이 발표될 때는 믿어지지 않는 꿈같은 순간이라 아직도 기쁨이 가시지 않는다”고 전했다.

스페셜티 커피가 유례없는 큰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커피 생산과 소비에 대한 문화가 전반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이뤄가며 형성되고 있는 지금,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는 스타셰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전씨는 “대회 성적보다도 중요한 것은 커피 코드를 찾아주시는 손님들을 맞는 일이다. 커피가 너무 좋고, 이를 알아봐 주는 손님들이기 때문에 한 잔마다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긴 커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커피 속에 빠져 있는 매일 매일이 정말 행복하다”며 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씨는 미국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오늘도 끝없는 연습과 디자인 구상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또한 올해 호주의 라떼 아트 챔피언십에서 한인 ‘캘럽 차’씨가 우승을 차지해 2015년은 세계 커피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의 활략이 돋보여 길이 남을 특별한 해로 기억되겠다. 전혜진씨의 라떼 아트를 사진으로 감상해 보자.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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