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국을 만드는 사람들

2015-09-2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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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주 / 샌프란시스코

아침에는 춥다는 핑계로 이불 안에 누워서 태블릿과 스마트폰만 갖고 뒹굴뒹굴하며 지냈더니 목 디스크가 생겼다. 그런 상태에서 살짝 사고가 생기니, 약해진 디스크가 찢어지면서 신경을 자극하여 엄청난 통증으로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진통제로는 조절이 안되어 마약성 진통제와 스테로이드를 써야 겨우 누워 있을 수 있을 정도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이런 상태가 되니 초비상 사태다. 그래도 아픈 와중에 좋은 것도 꽤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치우고 설거지, 빨래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이들 학교 데려다주고 학부모 모임을 다 따라다녀 주고, 아이들 도시락까지 싸주고 있다. 매 끼니마다 음식을 잘게 썰어서 침대 옆에서 먹여준다. 손에 힘이 없어서 물병을 열지 못하는 나를 위해 물병 뚜껑을 살짝 열어서 침대 옆에 놓아준다.

가족들도 그렇지만 동네 한인들의 보살핌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아플 때는 서로 도와야 한다면서 당번을 정해 한 분씩 돌아가면서 음식을 해다 준다. 정성스럽게 부친 전과 나물, 국, 불고기와 정갈한 쌈, 직접 만든 올갱이묵까지 매일 가져다준다. 철없는 아들은 올갱이묵을 먹더니 엄마가 계속 아픈 게 낫겠단다.

모두들 이렇게나 도와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런 이웃들과 가족과 함께라면 즐겁게 이겨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천국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지옥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라더니, 이분들이 바로 천국을 만드는 사람들이구나 싶다. 나도 얼른 추스르고 일어나서 천국 일구는데 한 힘 보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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