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콘서트홀·구겐하임 미술관·춤추는 건물…
【최고 건축가 ‘프랭크 게리 회고전’ 라크마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 가본 사람이라면 그 놀라운 건축물 앞에서 경이감을 느꼈을 것이다. 건물은 직선과 평면의 입체적 만남이라는 우리의 상식을 보기 좋게 뒤엎는 구조물이 거기에 서있으니 말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놀라움은 배가된다. 겉모양만 멋을 내어 그렇게 지은 것이 아니라 건물 내부까지 곡선으로 유려하게 디자인하여 공학적으로 완벽하게 건축해낸 공간을 돌아보노라면 사람이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지, 놀라움을 넘어서 경외감마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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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건축가로 추앙받는 프랭크 게리의 건축예술을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Frank Gehry’)이 13일 LA카운티 미술관 내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개막됐다.
내년 3월20일까지 계속되는 이 건축전은 프랑스 파리의 국립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가 기획한 특별전을 미국으로 처음 유치한 것으로, 캐나다 출신이지만 평생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해온 프랭크 게리가 LA 문화예술계의 대표적 아이콘인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시는 프랭크 게리의 주요 프로젝트 60여개를 200여개의 드로잉과 66개의 모델을 통해 보여준다. 196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50여년의 대장정, 현대 건축의 한계와 경계를 허물고 건축의 역사를 새로 쓴 그 많은 모델을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어찌나 특이한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가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법, 땅과 하늘을 분할하고 채우며 새로운 구조물을 창조하는 과정을 수많은 모형들과 스케치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주요 건축물로는 샌타모니카에 지은 게리 자택(1977~78, 1991~94)으로부터 체코 프라하의 ‘춤추는 건물’ 혹은 ‘프레드와 진저’로 불리는 네덜란드보험회사 건물(1992~96),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1989~2003),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1991~97), 오하이오의 루이스 레지던스 프로젝트(1989~95), 그리고 가장 최근에 완성된 파리의 루이뷔통 파운데이션 미술관(2005~14)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삼성 리움미술관, 중국 광저우 현대미술관, 미네소타의 프레드릭 와이즈만 미술관 등을 볼 수 있으며 현재 건축 중이며 아직 완공되지 않은 페이스북 캠퍼스,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도 그 모형을 처음 공개한다.
전시는 ‘도시계획’(Urbanism)을 중심주제로 6개의 제목 아래 시대에 따라 진화되는 건축세계를 조명한다. ‘해체주의/분리주의’(De-composition/Segmentation 1965~80), ‘구성/집합’(Composition/Assemblage 1980~90), ‘상호작용/융화’(Interaction/Fusion 1990~2000), ‘모순/긴장’(Conflict/Tension 1990~2000), ‘유동/연속’(Flux/Continuity 2000~2010), ‘통합/단수’(Unity/Singularity 2000~2015) 등이다.
프랭크 게리는 1947년 LA로 이주해 USC 건축과와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했다. 1962년 샌타모니카에 자신의 사무실을 낸 그는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20세기의 미학적·기술적 경계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건축물들을 잇달아 완공,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
2차원의 평면도면의 한계가 불만이었던 프랭크 게리는 항공업계와 자동차업계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차용해 디지털로 3차원 입체도면을 구성할 수 있는 CATIA 소프트웨어를 개발, 사각형의 건물에서 탈피해 파격적인 곡선을 구사해 왔다.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외장재와 테크놀러지를 사용해 건축계에 늘 파란을 일으키는 그는 파격 가운데서도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고 절제미가 느껴지는 무한한 아이디어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랭크 게리는 오는 9월28일 게티재단이 수여하는 제3회 폴 게티 메달을 수상한다.
LACMA 5905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857-6000.
www.lacma.org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