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가 언제 있었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여름빛깔이 벗겨지면서 벌써 9월에 들어서 있다. 켜켜이 쌓여있는 묵은 자아도 이렇게 벗겨지며 마음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두 애가 같은 해에 결혼해 둥지를 떠난 지 2년이 넘었는데 마음은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 왠지 미련이 남아서, 쓰던 책이며 침대 등을 고스란히 놓아놓고, 지금도 감도는 그들의 체온을 느끼고 있다. 아이들의 인생은 채워지고 내 인생은 텅 비워진 듯, 허전함이 남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건 어쩌면 마음이 넓게 비워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허욕과 미련을 다 버리고, 빈손으로 태어날 때의 청순함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랄까.
사람이 65세에서 75세 사이에 가장 행복을 누린다는 통계를 보았다. 그 나이엔 몸과 마음이 너무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상태로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탓이리라.
손녀의 나이가 8개월이 넘었다. 자기 엄마만 보면 좋아서 눈빛이 달라지고, 손에 보이는 모든 걸 만지고 입에 넣어도 보고 흔들기도 하면서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는 게 신기하다. 물 흐르듯 지나가는 세월에서, 이제 우리 세대는 지나가고 새 세대가 오는 걸 실감하고 조물주의 섭리를 터득하게 된다. 주어진 운명을 지혜로 극복하면서, 애정을 가지고 자연을 보면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평안한 마음이 생긴다.
언제 들어도 청량감을 주는 매미소리와 풀벌레들의 합창소리, 청명한 하늘을 찌를 듯 목청높이 노래하는 새소리가 오케스트라가 되고 있다. 세월이 감을 두려워하지 말고, 밝고 기쁜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생활을 하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