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밥 한 숟가락의 철학

2015-09-04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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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진 / 한국학교 교사

내가 자라던 시절 가정의 교육은 밥상머리에서 시작되었다. 웃어른이 먼저 숟가락을 들기 까지 기다리라, 밥을 씹으며 이야기하지 마라, 반찬은 골고루 먹되 맛난 것만 계속 먹지 말고 형제와 나누어 먹어라, 젓가락질을 똑바로 하여라 … 그리고 우리 집에는 또 하나의 밥상머리 교육이 있었다. 바로 ‘마지막 한 숟가락은 남겨라’ 였다.

음식물 쓰레기가 큰 문제인 요즈음에는 말도 안 되는 교육이라고 하겠지만 그것은 우리 집 교육의 바탕이었다. 배가 부를 때까지 먹지 말고 배고픈 듯할 때 숟가락을 놓아 과식을 방비하라는 뜻이 첫 번째다. 또 하나는 모든 일에 있어서 배부르기 전에 한 숟가락을 남기듯 마음을 다스리는 교육을 한 것이다.

일하면서 욕심을 부려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최대한 이윤을 남겨 욕심을 채우고 싶을 때도 있었고, 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마지막까지 일을 좇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밥 한 숟가락 남길 때처럼 나는 마지막 순간에 의욕을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른다. 그 남은 한 숟가락을 홀랑 입으로 넣고 나서 후회될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내 배를 채우기보다는 그 남은 한 숟가락이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내 안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내가 남긴 밥 한 숟가락처럼 나의 배려가 상대방의 마음에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다시 따뜻한 배려가 되어 다른 이에게 계속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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