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딸의 자리
2015-09-04 (금) 12:00:00
작년에 자그마한 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막내딸이 대학에 간 지 1년 반이 지난 후였다.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나면 슬프고 무기력할 것 같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오래된 빚을 다 갚은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그날을 기다린 것처럼, 나는 앞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왜? 친구들은 묻는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마음 밑바닥을 치고 항상 올라오는 죄스러운 마음 때문이었다. 힘들게 번 돈으로 대학원까지 그것도 모자라 미국에서까지 교육시키신 부모님이 헛고생한 것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간절한 소망 같은 것.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해드린 것 없는 불효를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 마음. 적어도 부모님이 공부시킨 덕분에 이 나이에도 이렇게 직장을 잡아 일 잘 하고 있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에 달리고 또 달렸다.
드디어 공부한 지식을 밑천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살아계셨더라면 제일 기뻐하실 우리 부모님…
앞으로 이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제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일을 배울 것이다.
이렇게 일할 기회가 와서 다행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오랫동안 아파왔던 마음의 병을 이제 치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나이에도 이렇게 엄마 아빠 앞에서는 딸이 될 수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