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살 유행” 56% “자살하면 지옥 간다” 23%뿐

2015-08-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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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적인 선택” 36% 불과… 동정적 여론이 비극 부추겨

▶ 전문가“정신적 질병 관련”… 교회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밀레니얼 세대 잘못된 인식 많아… 대책 시급]

인생의 문제는 사람의 힘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신앙은 사방이 막힌 순간 희망의 빛으로 눈길을 이끌고 세상에 절망한 때 평안을 주기도 한다.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려는 사람에게는 구원의 능력을 간구하는 절실함이 마음 깊이 숨어 있다. 누구보다 생명의 정체를 알고 회복의 기쁨을 누려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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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한때 기독교인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자랑하던 나라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교회가 생명력을 잃어가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어두운 그늘이다.

자살은 미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대와 30대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자살에 대한 인식이 그릇된 탓에 더욱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자살률은 지난 2005년 이후 급등하고 있다.

기독교 조사 기관인 라이프웨이 리서치가 지난 21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대다수가 ‘자살이 유행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이 이기적인 선택’이라거나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상을 걱정하면서도 근본적인 인식에서는 위험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를 실시한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스콧 맥코넬 부대표는 “각종 연구기관들이 정신병이 자살에 끼치는 영향력을 밝히면서 자살에 대해 동정하는 의식이 커졌다”고 말했다. 정신 질병과 자살과의 상관성을 인정하면서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한편으론 자살에 대해 관대한 의식이 비극을 부추기는 결과를 빚는 측면도 있다.

조사에 따르면 주변 친척이나 친구가 자살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 36%나 됐다. 또 절반 이상인 56%는 자살이 유행을 이루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자살이 자신의 고통에만 집중한 ‘이기적 선택’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36%에 불과했으며 55%가 ‘이기적이지 않다’고 대답했다. 크리스천들은 39%가 이기적이라고 대답했고 특히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은 44%가 여기에 동의했다.

자살을 하면 ‘지옥에 간다’고 믿는 사람은 23%에 그쳤고 61%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며 16%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나마 크리스천들 중에서는 27%가 ‘지옥에 간다고 믿는다’고 밝혔으며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는 이 수치가 32%로 올라갔다. 자살을 해도 지옥에 가지 않는다는 사람은 개신교인에서는 54%, 가톨릭 신자들에서는 63%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률이 가장 높은 사람들은 25~34세 연령층으로 한창 밝은 미래를 향해 인생을 꾸려가야 할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 66%가 자살이 유행 중이라고 응답해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이에 대해 맥코넬 부대표는 “젊고 건강한 세대가 자살한 지인으로부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맥코넬 부대표는 “전문가들은 자살자의 90%가 정신적 질병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며 “지난해 자살한 배우 로빈 윌리엄도 우울증 치료를 권유 받아야 하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의 대응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한 해 동안 목사가 정신 질병에 대해 한 번 또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교회가 3분의 2에 달한다고 맥코넬 부대표는 밝혔다. 또 가족 가운데 정신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65%가 ‘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정신 질병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정신적 질병과 자살문제를 교회가 더 이상 터부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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