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 주축’ 여성들이 떠난다

2015-08-11 (화)
크게 작게

▶ 이탈률 12년새 6%p나 증가 심각

▶ 우선순위서 가정일에 크게 밀려

‘교회 주축’ 여성들이 떠난다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사진은 한국의 한 교회에서 열린 여성집회의 모습

기독교인이 줄어드는 추세는 이제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 기독교의 종주국 역할을 하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93년만 해도 비기독교인은 2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3년 조사에서 33%로 늘어났고 2015년 6월 현재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고 응답한 성인이 45%로 치솟았다. 20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많아진 수치다.

- - -

여성은 전통적으로 교회의 다수를 차지해 왔다. 지도자 자리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시절에도 실질적으로 교회를 움직이는 주요한 힘은 여성 성도에게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교회를 떠나는 여성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나리서치가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10년 전에는 성인 비기독교인 가운데 여성은 40% 정도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46%로 급증했다. 비기독교인의 남녀 비율의 차이가 20포인트나 되던 게 8포인트로 좁혀졌다. 남성 비기독교인이 줄은 게 아니라 여성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 1993년 남성 비기독교인은 57%였고 여성은 44%를 차지했다. 그러다 2003년에는 남자가 60%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40%로 감소했다. 이런 비중은 이후 10년 사이 역전됐다. 올해 조사한 결과에서는 비기독교인 중에서 남성이 54%로 비중이 줄었지만 여성은 46%로 오히려 6%포인트나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만큼 교회를 등지는 여성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설문조사에서 ‘지난주’ 교회 예배에 출석했다고 응답한 여성은 36%였고 10%는 ‘지난달’ 참석했다고 대답했다. 열 명 중 네 명꼴인 38%는 ‘6개월’ 이내에 교회에 가 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바로 이들 38%가 비기독교 여성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평생’ 교회에 나간 본 적이 없다는 여성은 7%에 불과했다.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여성의 대다수는 교인이었거나 교회에 나간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다.

여성들이 교회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교회 가는 일이 생활의 우선순위에서 뒤처지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회 출석이 ‘아주 중요하다’는 여성은 33%, ‘어느 정도 중요하다’는 대답은 16%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4%였고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답변도 27%나 됐다. 절반 이상이 교회에 참석하는 게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은 가정일(68%)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었으며 교회와 신앙생활이 2위를 차지했지만 비중은 11%에 불과했다. 개인적인 일과 자기 계발(10%)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친구 관계는 6%, 직장 일이 5%로 각각 나타났다.

일상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뒤처지는 현상은 헌신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여성들은 에너지와 시간의 44%를 가족관계에 쏟고 나머지 31%는 일에 투자하고 있었다. 또 본인의 여가나 성장에는 13%, 친구관계에 7%를 할애했다. 교회와 신앙생활은 5%로 조사 대상에서 꼴찌에 머물렀다.

하지만 교회가 만회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의 생활 영역 중에서 ‘가장 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교회와 신앙생활이 22%로 1위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는 20%, 가족관계는 17%, 일과 친구가 각각 14%를 차지했고 별로 없다는 응답이 12%였다. 교회가 하기에 따라 여성의 발길을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결과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