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극인가, 희극인가

2015-07-1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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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자주 여행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이탈리아적인 특성에 자못 경이감마저 느낀다고 한다. 이탈리아인들의 여유라고 할까, 그 한가로운 모습이다.

관공서 창구 앞에 일을 처리하기 위해 길게 줄이 서 있다. 사람들은 상당히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들이 빨리 일을 처리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창구 안에 있는 직원들은 그렇지만 잡담이나 하면서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그러다가 오히려 길 건너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나가 버린다. 그런데도 항의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이 이탈리아 스타일의 한가로움에 외국인들은 당혹감을 지나 경이감마저 든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한가롭기 짝이 없다‘-. 이 부문에서 유럽에서 이탈리아를 따라 올 나라가 있을까. 스페인은 한 술 더 뜬다. 그런데 스페인도 한가로움에 있어 랭킹 2위라고 한다. 1위는 그리스라는 것이 사계 전문가들의 일치된 판정이다.

패스트푸드를 먹으러 간다. 그런데도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건 예사다. 그 여유작작한 모습이라니 천지지간에 급할 게 뭐가 있느냐는 식이다.

그 그리스 사람들이면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물고기가 떼를 지어 다닌다. 한 그리스 인은 그런데 두 마리를 낚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한 외국인이 물었다. 왜 더 잡지 않느냐고.

그리스 인이 반문했다. 더 잡아 무엇 하겠느냐고. 많이 잡아 돈을 벌면 집도 사고 투자도 할 수 있고…. 외국인의 설명에 그리스인은 재차 물었다. “그 다음에는?” “그런 다음에는 한가롭게 해변에서 지내며 낚시를 즐길 수도 있지 않은가.” 외국인의 대답이다.

그러자 그리스인이 말했다. “그거 이미 하고 있는 일이 아닌가.”어차피 한 바퀴를 빙 돌아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그런 일에 애써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 그 게 그리스적인 사고라는 거다.

한 바퀴 빙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사정은 더 말이 아니게 됐다. 그리스 국민들의 처지를 말하는 거다.


희한한 국민투표를 통해 희한한 결과가 나왔다. 긴축 안을 놓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빚은 못 갚겠다. 그렇지만 혜택은 최대한 누리겠다는 심사다. 그리고는 자못 우쭐했다. 마치 그리스의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는 듯이.

그리고 한 주가 지났나.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 된 게 그리스 국민의 신세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협상능력에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기존 구제안보다 더 혹독한 구제 안을 받아들이고 만 것이다. 동시에 쏟아진 지탄은 갈 데까지 간 그리스의 도덕적 해이다.

“이럴 거였으면 왜 국민투표를 했나.” 곳곳에서 들려오는 탄식으로, 한가롭기 짝이 없는 그리스 국민이 ‘멘붕’에 빠져들었다는 외신보도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비극의 탄생지다. 동시에 희극의 탄생지다. 그 그리스의 오늘날 모습이 바로 그렇게 비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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