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US-코리아’ 여자오픈?

2015-07-1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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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우 / 스포츠부장·부국장

LPGA투어의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인 제70회 US여자오픈이 9일 펜실베이니아 랭캐스터의 랭캐스터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올려 나흘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모든 골프 대회 가운데 여자대회로는 어쩌면 가장 큰 대회라고 해도 될 이 대회에는 엄격한 출전기준을 통과하거나 예선을 통해 출전권을 따낸 선수 156명만이 출전한다. 웬만한 선수라면 한 번 나가보는 것만도 평생 기억에 남을 그런 대회 중 하나다.

그런데 그런 세계적인 큰 대회인 US여자오픈에 나서는 올해 대회 출전선수 156명 중 39명이 한인이다. 한인 비율이 꼭 25%. 4명 중 한 명이 한국 사람인 셈이다. 국적별로는 이중 26명만이 한국 국적이고 나머지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의 국적을 지녔지만 국적에 관계없이 코리안의 피가 흐르는 한인들이다. 국적 순위로 보면 56명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미국 국적 선수 가운데 한인선수가 최소한 9명이상 포함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대회가 ‘US-코리아’ 여자오픈으로 불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여자골프에서 한인선수들의 엄청난 강세는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여자골프랭킹의 1, 2위(박인비, 리디아 고)가 한인이고 4위(김효주), 8위(유소연), 10위(김세영)까지 세계 탑10 가운데 5명이 코리안이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치른 16개 대회 가운데서 한인선수들은 첫 6개 대회를 모두 휩쓴 것을 포함, 총 12개 대회를 쓸어 담았다. 16승을 합작했던 지난해 기록에 거의 육박했고 지난해 마지막 4개 대회와 올해 첫 6개 대회를 합쳐 10연속 대회에서 코리안들이 돌아가며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 정도라면 세계랭킹 탑10의 10명이 모두 한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신기할 지경이다.


이 같은 한인 선수들의 우승독점 현상은 메이저 대회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3년 반 동안 펼쳐진 총 16차례 메이저대회 가운데 한인선수들은 10개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특히 US여자오픈은 지난 4년간 한인선수들이 우승을 놓치지 않은 것을 포함, 마지막 10년간 7번이나 코리안 챔피언을 배출했다.

이처럼 한인선수들의 절대 강세가 계속되자 한인들 가운데 일각에선 이런 추세가 결코 한인선수들에게 좋은 현상이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인들이 자기 땅에서 벌어지는 미국 챔피언십 대회에 ‘외국인’들이 설쳐대는 것을 보기 싫어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미국 주류팬들이 외면한다면 LPGA투어가 살아남기 힘들고 LPGA투어가 약해진다면 한인선수들이 설 무대가 좁아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의외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한인들이 생각보다 많은 듯하다.

이런 생각은 언뜻 그럴 듯해 보이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우다. 한인선수들의 강세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벌써 수년이 지났지만 그 기간 동안 LPGA투어의 인기도는 갈수록 꾸준하게 올라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특히 한국과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북, 동남아시아 지역과 호주, 뉴질랜드, 유럽 등이 LPGA투어의 새로운 시장으로 가세하며 투어의 기반이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다.

또한 올해 LPGA투어 스캐줄을 보면 KIA, 하나은행, 롯데, JTBC 등 한국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대회가 4개에 달한 정도로 LPGA투어가 한국시장을 통해 얻는 수익도 엄청나게 늘었다. 미국 등 타국 국적선수들 가운데 한국기업의 후원을 받는 선수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로부터 상금만 챙겨갈 뿐 기여하는 바는 별로 없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때가 됐다.

더구나 필드 밖에서 한국선수들의 활동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지독한 연습벌레들로 운동만 하고 언어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투어관련 행사엔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편견적 이미지는 이미 옛 말이 됐다. 최근 한인선수들은 심지어는 한국에서 바로 건너온 선수들까지도 기본 이상의 영어를 구사하며 사교성도 좋아 투어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타국선수들과도 잘 어울리는 등 좋은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이미 LPGA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은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자 주주로서 투어 발전을 이끌어가는 동반자 관계로 올라서 있다. 한인팬들은 마음 놓고 한인선수들을 응원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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