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망과 현실 / X J Kennedy

2015-07-0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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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과 현실 / X J Kennedy

제이슨 장 ‘솔튼씨’

당신이 한 스푼 바닐라아이스크림이고
나는 당신의 앉아있는 아이스크림콘이라면,
당신이 투수가 슬로우모션으로 친 야구공이고
내가 바로 그 야구방망이라면

당신이 반짝이는 새 낚시 바늘이고
내가 한 양동이 지렁이라면
당신이 핀이고 내가 핀 꽂이라면,
우린 은밀한 관계라 할 수 있겠지.

당신이 한 접시 스파게티이고
그 위에 피피 소리내며 뿌려지는 내가 핫 소스라면,
애정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쓸 필요조차 없을거야.


하지만 당신은
발리염소의 수염에 달린 빨간 리본이고
나는 뉴저지 모기이니
아무래도 우린
조금 멀리 있어야 하나싶네.


/ X J Kennedy (1929-) ‘소망과 현실’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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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이 모두 달콤한 아이스크림콘처럼 아무 말도 필요 없이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랑은 골치덩이다. 사랑을 하면 없던 공간과 거리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생기는 욕망의 투쟁공간이다. 발리의 염소와 뉴저지의 모기 사이의 애매모호한 공간도 그런 공간이다. 그런데 이 묘한 공간이 있기에 우리는 사랑의 춤을 출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지렁이와 낚시 바늘처럼 어울려 하나가 되는, 바로 그 날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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