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이지 않는 소통

2015-07-0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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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유진 / UC버클리

우리 동네는 인적이 드문 길을 걸어도 동네 주민들의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길거리에 주인 없이 나열된 물건 속에 담겨져 있다.

오래된 3단 갈색 선반에 책을 꽂아 두고 그 위에 펼쳐놓은 빨간 우산은 비 올 때 책이 젖을까 하는 주인의 배려, 오래된 물건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 작은 것도 이웃과 나누려는 고운 마음씨를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온 가족이 한꺼번에 신발정리를 했는지 나무 그늘 아래 사이즈별로 가지런히 놓인 신발들의 모습은 헌 신발을 정리한 후 후련한 표정을 지었을 옛 주인과 필요했던 누군가가 발견했을 때의 함박웃음을 상상해보게끔 한다.


나 역시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다른 사람을 위해 집 앞에 몇 번이고 내놓은 적이 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내가 놓아둔 물건이 사라져 있는 걸 발견하면 예쁘게 쓰길 바라는 마음이 전달되기라도 한 듯 고맙다는 대답이 허공에서 들려오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기분이다.

나에게는 버려진 물건이어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쓸모 있다는 사실은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며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과 같다. 이런 게 보이는 것들을 넘어 이뤄지는 소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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