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네 / Haward Nemerov

2015-07-0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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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 Haward Nemerov

제이슨 장 ‘조수아 트리’

자동차와 사람은 너무 많고
모네의 전시도 볼 수 없게 된 우리는
미술관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Bowl 연못에서 일요일 아침을 보냈다.
5 에이커나 되는 연못, 그곳에
사람은 없었고 연꽃만이 무겁고 크고 노란 꽃송이를
3 피이트 줄기 위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
우리는 한 시간 정도 연못가를 걸었다
줄지어 혹은 마구 흩어져 핀 꽃 더미들
탄탄한 꽃 몽우리, 활짝 열린 꽃들의 농익은 오렌지빛 심부
꽃 진 후의 푸른 샤워기헤드, 서로 다른 모습으로
풍요한 여름의 마지막 씨앗을 떨구고 있었다.
검은 물속엔 진흙빛 작은 물고기들과
갈라진 잎새의 정글을
탐색하듯 유영하는 오리들
물거품이 아니라 무거운 은 동전이 떨어지는 듯
물방울은 수은처럼 수면 위를 구르고; 빨간 날개를 가진
검은 새만 간간, 깨지지 않는 고요를
휘파람소리로 날아올랐다.


/ Haward Nemerov(1920-1991) ‘모네’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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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아 미술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연꽃이 가득 핀 조용한 연못을 걸었던 화자는 이 우연한 우회를 통해 모네는 미술관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모네의 그림을 직접 보고 감상하는 일은 물론 수련이 핀 연못을 거니는 일상적인 일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생을 한 발짝이라도 물러서서 보는 순간이 오면 우리는 알게 된다, 모든 빛나는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관광지가 되어버린 미술관에는 이미 없다는 것을, 모네는 연꽃 속에 있고 고흐는 짙푸른 밤하늘 별 속에 있다는 것을.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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