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 가는 길 / 이운진
2015-06-30 (화) 12:00:00
‘데스밸리의 일몰’ 조이스 리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는다면
그래서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어야 한다면
거기, 서 있고 싶네
일주문 넘어가는 바람처럼
풍경소리에 걸음 멈추고
그곳에서 길을 잃고 싶네
산그늘 물소리 깊어져서
늙고 오래된 나무 꽃이 지고
꽃 피운 흔적도 지고 나면
말까지 다 지우는 마음처럼
수만 개의 내 꿈들 떨구어 내는 일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저, 먼 길 끝나지 않았으면
/ 이운진 (1995 시문학 등단) ‘갑사 가는 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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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길을 잃어야 하다면, 산사로 가는 길에서 길을 잃으면 좋으리. 오래 오래, 그러나 너무 오래지 않게 일주문 넘어가는 바람처럼 발 멈춘 채, 산그늘 깊도록 길 잃어도 좋으리. 꽃들이 지고 그 꽃들 피었던 흔적조차 지고 난 뒤, 나 여기 있소 말조차 건네지 않는 청아한 숲 속, 아픔도 사라지고 슬픔도 사라져 밝디 밝은 그 길에 허허로운 풍경소리, 더불어 사랑도 잊고 미움도 잊고 한 세상 훌쩍, 떠났다 돌아오면 좋으리.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