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플라멩코와 판소리

2015-06-3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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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빨간 색이다. 여인이 걸친 의상도. 머리에 꽂은 꽃도. 춤사위는 부드러운 가운데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플라멩코(flamenco)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다. 뭐랄까. 정염(情炎)의 여인 카르멘을 떠올리게 한다고 할까.

그러면 그게 플라멩코의 전부인가. 노래(깡떼, cante). 춤(바일레, baile). 음악적 기교(또께, toque, 음악 연주). 이 세 가지가 어울려졌을 때가 진정한 플라멩코다.

기쁘면 기쁜 대로 억울하면 억울한 대로 모든 걸 그대로 춤과 음악과 박자로 표현하다. 그 표현의 절정, 클라이맥스를 스페인어로는 ‘duende’라고 표현하는데 두엔데는 마에스트로, 즉 거장만이 이를 수 있는 상상적 경지이다.


숙련과 연륜과 모든 경험이 배어서 나오는, 고된 훈련을 견딘 사람만이 이를 수 있는 일종의 무아지경 같은 것이다.

유럽 서남단의 이베리아반도, 그러니까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가 플라멩코의 중심지다. 그 ‘열정의 플라멩코가 남도(南道)의 신명난 설장고를 만난다’-. 서쪽 끝의 플라멩코와 동쪽 끝의 판소리와의 만남. 그게 가능할까.

여행기로 시작됐다. 플라멩코를 추는 여성 댄서와 한국인 남성 여행객이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명적으로 만난다. 이후 오랜 세월 몇 차례의 만남과 e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 상대의 문화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그 과정을 그렸다. 플라멩코와 판소리의 혼(魂)적인 만남의 과정을 그린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플라멩코 여행(FLAMENCO JOURNEY)’이라는 영문소설이다. 저자는 ‘카페 소사이어티’의 작가 김준형으로 미국에서 전자책(E-Book)으로 발간됐다.

70대의 고령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고향인 마산에서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가 영어로 플라멩코와 판소리의 만남을 자전적 소설형식으로 써냈다.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집시의 한(恨)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플라멩코의 소리와 춤에 중독됐다고 할까. 그 치명적 마력에 이끌렸다. 그리고 떨리는 음, 즉, 아이! 아이! 아이~~! 이런 식의 지연 음으로 오래도록 끌고 가는 깊은 노래가 우리의 판소리와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플라멩코에 익숙한 외국인이 판소리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영문으로 소설을 쓰고 미국에서 전자책으로 발간했다는 것이다.

소설에는 주인공인 한국 남성이 플라멩코의 마력에 사로잡혀 스페인 그라나다와 세비야 등을 여행하며 플라멩코를 이해하는 과정이 그러져 있다. 그러면서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번역한 곡에 맞춰 댄서가 플라멩코를 추는 감동적인 장면도 나온다.

그리고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을 플라멩코로 춰달라는 소망을 전하면서 소설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한류(韓流)의 전도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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