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인생
2015-06-09 (화) 12:00:00
미국에 살면 누군가 한번쯤은 “왜 미국에서 사는가”를 묻는다. 그럴 때면 나는 서슴지 않고 볼거리, 먹거리가 많고 자유로워서 미국이 좋다고 답한다.
그렇지만 처음 이민 와서는 사정이 달랐다. 결혼하면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 3년을 해야 한다고 했는 데 미국 이민의 삶이 바로 그 짝이었다. 그러다 한국 신문을 보자 눈이 번쩍 뜨인 기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어느덧 긴 세월이 지난 지금, 지나온 과거를 뒤돌아보면서 새삼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모국어 신문과 방송이었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 그대로 살았더라면 이렇게까지 글에 대한 집착이나 애정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모국어의 소중함은 물론 나라 사랑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민초기에 처음으로 한국 신문을 보면서 갈급한 영혼이 물 한잔을 마신 것 같았다. 그리고는 살아 갈 이유를 찾은 듯이 정신없이 문학에 심취했다.
그렇게 해서 나의 하루 일과는 일과 글 읽기에 쏟아졌고, 그로 말미암아 힘든 것도 모르고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르며 열심히 살았다. 내 흥에 겨워 열심히 배우고 즐겼다. 지나놓고 보니 그런대로 즐겁게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