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퇴 후 ‘좋은 남편’?

2015-06-08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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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남편이 은퇴를 하면 아내의 건강이 나빠진다는 보도가 있었다. 50대 이상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남편은 ‘집에 없는 남편’이라는 농담도 들었다.

나는 은퇴한 지 1년이 넘었다. 지금 나의 삶은 아주 편해서 좋다. 온 종일 방에 들어앉아 책을 읽는다. 책 읽기에 바빠 아내 뒤를 따라 다니면서 잔소리할 시간이 없다. 아내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주말이면 교회에 간다.

아내 친구들 중 남편과 사별한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남편 살아있었을 때 왜 더 잘 해 주지 못했을까?”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단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아내는 나를 지극 정성으로 잘 대해주고 있다.


나도 아내에게 집안 청소가 건강에 좋으니 되도록 많이 하라고 권했다. 그리고 나니 집안이 깨끗하다. 나도 앞마당 뒷마당의 풀을 깎고 거름을 주고, 뒷마당에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농사를 지으면서 나와 아내의 건강을 보살피고 있다.

아내는 내가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남편을 위해 밥하는 것을 즐긴다. 나는 아내가 지어준 밥을 맛있게 먹음으로써 노후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은퇴는 나와 아내에게 최고의 휴식이고, 편안함이고, 행복이다.

어느 날 아내가 이런 농담을 한다. 어떤 여자가 동창회에 가서 밤늦게 들어왔다. 남편이 “왜 늦게 왔어?”하고 추궁하니 아내가 화난 얼굴로 “동창회에 가보니 당신만 아직 살아있단 말이야”하고 투덜대더라는 것이다.

‘집에 없는 남편’보다는 아예 ‘죽어버린 남편’이 더 낫다는 말인 모양이다. 설마 나더러 빨리 죽어달라는 농담은 아니겠지 하고 불안해하면서도 편안한 척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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