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병든 월드컵

2015-05-2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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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평소 운동 경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 가운데도 ‘월드컵만은 본다’는 이가 꽤 있다. 역대 가장 많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2006년 독일 월드컵의 경우 지구 전체의 인구의 4배에 달하는 총 260억 명이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결승전만 해도 7억 명이 넘는 사람이 지켜봤다. 어떤 올림픽 경기도 이 기록을 깨지 못하고 있다.

이 월드컵을 관장하고 있는 것이 ‘축구협회 국제연합’(FIFA)이다. 1930년 첫 월드컵 경기가 열린 후 지난 80여 년 간 제2차 대전 중이던 1942년과 전쟁 직후 1946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빠짐없이 4년마다 열린 월드컵 개최국과 스폰서, 방영권 등을 모두 여기서 결정한다.

축구 열기가 높아지면서 어느 나라나 월드컵 개최를 위해 열을 올리고 광고료와 중계권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치솟으며 FIFA 관계자들은 모두 ‘귀하신 몸’이 됐다. FIFA 회장은 어디 가나 국가 원수 이상의 대접을 받고 말단 직원들까지도 기세가 등등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FIFA의 콧대가 높아지면서 스캔들도 끊이지 않았다. 월드컵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어느 나라, 어느 기업도 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갖 향응을 베풀며 노력을 다하는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는 경우도 많다. 뇌물과 향응의 경계선이 불분명한데다 이를 자체적으로 걸러내는 장치도 없기 때문에 돈을 받고 특혜를 주는 것이 관행이 돼 왔다. 특히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가 넘는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주최국으로 선정된 것은 ‘돈으로 월드컵을 샀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 연방 검찰은 27일 FIFA 고위 간부 14명을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불법 자금 취득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함으로써 그 동안 소문이 소문만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이들은 스위스와 마이애미 등지에서 전격 체포됐는데 스위스에서 잡힌 이들은 양국 간의 범인 인도조약에 따라 곧 미국으로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현 법무장관인 로레타 린치는 검사 시절부터 FIFA의 부패상을 파헤쳐왔으며 이번 기소는 3년간의 수사 끝에 이뤄진 것이다.

이번에 기소된 사람 중 가장 고위직인 제프리 웹의 경우 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주최국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미 아들 둘이 사기와 돈 세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유죄를 인정한 바 있어 부자가 함께 감옥에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른 이들은 광고 계약사들에게 이권을 넘겨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축구는 가장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고 스타들의 플레이는 예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그동안 FIFA는 외부의 견제나 자정 기능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병들어왔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액튼의 말은 축구의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이번 기소가 FIFA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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