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흙이 안 보인다

2015-05-2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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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상기 / 의사

몇 년 전 한국을 다녀왔다. 옛날에 내가 살던 서울의 집과 동네는 자취도 없이 변해버렸다. 6.25전쟁 때 피난살이하던 시골동네 초가삼간 집도 차고가 달린 양옥집이 되어 있었다. 고향이 없어진 신세가 됐다.

마당이 있었던 집들, 저녁연기가 나오던 굴뚝, 고무줄 넘나들던 소녀들, 자치기하던 소년들은 안보였다. 땅의 흙들은 모두 시멘트로 덮여져 자동차길이 되고 도처에 솟아있는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들이 하늘을 가린다. 그동안 한국이 경제대국이 되면서 ‘한국의 기적’이란 말은 들어왔지만 ‘콘크리트 공화국’인줄은 몰랐다.

일본만 해도 동경을 벗어나면 소도시와 농촌이 옛날 사무라이 시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대대로 조상들의 직업을 이어가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장려하고 있다. 콘크리트 단지란 대부분이 부동산 투기를 노린 정상배들의 산물이지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삶의 터전이 아니다.

자연(흙)이 죽어간다. 조상들이 물려준 흙의 전통이 자동차 놀음과 콘크리트 아파트단지로 다 손실된다면 후손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와 과학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연의 기반이 있어야 그 속에서 사람의 삶이 유지될 수 있음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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