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기가 미국인가, 중국인가

2015-05-2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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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어바인, 존웨인 공항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아시안 임산부들이 너무 자주 눈에 띄는 것에 의아해하곤 했다. 주민들의 의구심이 풀린 것은 지난 3월 연방수사당국이 원정출산 중개조직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면서였다.

뭔가 분위기가 달랐던 이들 여성은 ‘미국 시민권자’ 아기를 낳으러 중국에서 온 임산부들. 한 중국인 부부가 단지 내 아파트 근 20개를 빌려 원정출산 시설로 이용해왔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와서 출산하고 가는 데 드는 비용은 보통 4만~8만 달러. 비싼 비용과 이민국 단속위험에도 불구, 희망자는 매년 수만명에 달하니 남가주 일대에서 중국인 원정출산 중개업은 수그러들지를 않고 있다.


중국인이 너무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앞의 어바인 아파트 단지만이 아니다. LA 동쪽의 하이엔다 하이츠 등 기존의 중국계 밀집지역에 가보면 “여기가 미국인가, 중국인가” 싶다. 근년 중국인의 미국 이주 붐이 불면서 이들이 친척, 지인들이 있는 곳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샤핑몰에 가건, 거리를 운전하건 어디를 보나 ‘중국인 세상’이다.

비슷한 현상은 대학 캠퍼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3-2014년 미국 대학에 등록한 외국 유학생은 총 88만6,000여명. 이들 유학생 3명 중 한명이 중국학생이다. 미국에서 단일국가 출신 학생이 이렇게 많은 것은 이제껏 없던 일이다.

외국 유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뉴욕주립대학, USC, 그리고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 주립대학. 어바나-샴페인은 주민 인구 12만에 학생인구 5만명 내외의 소도시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학생이 갑자기 늘어 4,400명이나 되었다. 이들이 떼로 와와 몰려다니니 일리노이 출신 학생들이 오히려 밀리는 느낌이라고 한다.

“여기가 미국인가, 중국인가” 싶게 만드는 요인은 사람 숫자만이 아니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은 돈이다. 엄청난 돈이 중국인들과 함께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 2013년 기준 중국 유학생들이 학비, 주거비 등으로 미국경제에 기여한 금액은 80억 달러. 예산부족으로 고전하는 대학들이 쌍수를 들고 이들을 환영하는 이유이다.

중국인 뭉칫돈이 가장 위세를 떨치는 곳은 부동산 시장. 중국인들의 미국내 부동산 구매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자 부동산 웹사이트 질로우는 지난해부터 미국 내 모든 매물을 중국 부동산 웹사이트에 중국어로 소개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인들로 보면 중국인만큼 반가운 고객도 없다. 몇백만 달러가 되든 현금으로 턱턱 사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년 전 한 홍콩여성은 맨해턴의 2베드룸 고층아파트를 650만 달러에 샀다. 딸이 뉴욕에서 대학에 다닐 것에 대비한 것이라고 했다. 딸의 나이는 2살. 중국인들이 미국에서 매입한 부동산은 지난 2013년 기준, 총 11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떼로 몰려드는 중국인들과 그들의 천문학적 돈 - 미국 곳곳의 풍경이 바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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