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버지는 어쩌다 도둑이 되셨나요 / 이맹물

2015-05-1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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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어쩌다 도둑이 되셨나요 / 이맹물

김종성 ‘라이브’

낳아준 아버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백수생활 청산하게끔 은혜를 베푸신 사장님도
저의 아버지입니다.

하지만 아버지,
아버지는 어쩌다 도둑이 되셨나요
근래 회사에서 용역 사무실로 넘기는 돈이 이백만 원이 넘는데
나머지 백만 원은 어디로 가나요
혹시 불우이웃을 도우시나요

소장님 말씀에 따르면
사장님은 겨우 2퍼센트만 가진다 하십니다
이사님은 그보다 못 가진다 하십니다
소장님은 또 그보다 못 가지시겠지요


또 금연에 실패했습니다
회사 앞 술집들이 번창합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유령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왜 한 번도 얼굴을 뵌 적이 없는지요
대체 어디에 계시는지요

/ 이맹물(전태일 문학상 수상) ‘아버지는 어쩌다 도둑이 되셨나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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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미국이나 부의 분배를 보면 말문이 막힌다. 미국의 상위 0.1 퍼센트가 하위 90퍼센트와 맞먹는 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소유한 재력은 물론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자선단체조차 CEO와 관련자들이 다 쓰고 단지 5퍼센트만이 필요한 마지막 손길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Give Cash Directly’ 운동을 펼치고 있다. 위에서 좀 덜 가져가면 안 되는가. 열심히 일하면 기본 생활만큼은 보장되는 사회는 멀기만 하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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