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 정진규
2015-05-05 (화) 12:00:00
제이슨 장 ‘조수아 트리’
연일 산불이 나고 있다 이 사정은 어느 나라나 똑같다
똑같을 수밖에 없다 속사정이 있다
여러 설이 있지만 엘니뇨라고? 왜 그렇게 예쁜 이름을 붙였을까
그것도 아기 예수의 사랑스런 이름으로!
예쁜 이름으로나 누그려뜨려보자는 인간들의 수작이겠지
(비겁하잖아! 이대목에서 나이 육십에도 나는 좀 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밉다
엘리뇨건 뭐건 다 사람들 탓이다
사람들이 또 다시 몰려들기 전에 스스로를 지우는 나무들의 燒身供養,
아름다운 방화, 분명하게 自盡하는 나무들의 숲,
속사정은 바로 이거다
/ 정진규(1939- ) ‘산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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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인간의 모독에 대한 나무의 저항이라는 말에 가슴이 뜨끔 한다. 사람에 의해 더렵혀지느니 차라리 스스로 소멸하고 마는 숲. 이 燒身(소신)은 누구를 위한 누구를 위한 供養(공양)인 것일까. 요즘 들어 환경에 대한 의식들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지구의 미래는 긍정적이지 않다. 산불로 자진(自盡)하는 나무들의 깊은 뜻과 지조를 들여다보니, 한 치 앞도 제대로 못 보며 우왕좌왕 사는 인간의 삶이 부끄럽기만 하다.
<임혜신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