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결혼, 성경적 원칙 떠나서 논의할 수 있나

2015-04-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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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진보 4 대 4 팽팽… 중도성향 1명에 달려

▶ 교계 “합법화 저지 긴급 기도운동 동참” 호소

결혼, 성경적 원칙 떠나서 논의할 수 있나

연방대법원에서 동성애 부부에 각종 혜택을 연방법으로 인정할 지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심의에 들어간 가운데 28일 청문회 에 참석한 변호인들과 원고들이 워싱턴 DC 대법원을 나서면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동성혼’ 허용 여부 연방대법원 심리 시작

연방대법원이 28일 동성결혼을 전국적으로 허용하고 각종 혜택을 연방법으로 인정할 지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이날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한 연방대법원은 오는 6월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와 CNN은 이날 기사에서 첫 심의부터 진보와 보수파 대법관들의 찬반의견이 대립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판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것으로 알려진 앤서니 케네디 대법원 판사는 이 자리에서 “결혼의 정의는 이성 간의 결합이라는 개념이 천 년 이상 지속해 왔다”면서 “역사에 비춰볼 때 대법관이 이 문제를 더 잘 안다고 말하기 매우 어렵다”면서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케네디 판사는 “동성커플도 결혼에 대한 숭고한 목적을 지닐 수 있다”고 언급해 기본권 측면에서 동성결혼을 용인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또 앤토닌 스칼리아 판사도 동성결혼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스칼리아 판사는 오하이오 주의 동성결혼금지방침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메리 보너트에게 “네덜란드가 2001년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인정하기 이전에 이를 허용한 사회나 국가가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결혼이란 이성간의 결합”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는 반대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대법원 판사들의 주장도 제기됐다. 스티븐 브레이어 및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는 “결혼은 인간의 기본권이며 각 주는 이 권리를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의 주심이며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있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동성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기존의 제도에 편입하지 않고 제도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각 주를 대변해 청문회에 참석한 변호인들에게 “남성이 여성과 결혼할 수 있다면, 여성은 왜 여성과 결혼할 수 없는가, 이것은 성차별이 아닌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현재 대법원 대법관들은 모두 9명인데 진보 4명, 보수가 4명을 차지하고 있어 중도파 케네디 대법관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연방 대법원은 2013년 이성 간의 결합만 결혼으로 인정한 결혼보호법이 부분적으로 헌법에 위배됐다고 판결했으며 지난해 10월 5개 주의 동성결혼에 대한 상고 각하 결정을 내려 사실상 동성결혼을 인정한 바 있다. 현재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곳은 워싱턴 DC와 36개 주로 늘어난 상태다.

이번 연방 대법원의 심의는 종교적 관점은 철저히 배제된 채 진행됐다. 논의의 초점은 ‘결혼의 역사적 정의’와 ‘동성결혼이 피해를 주느냐’에 집중됐다.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대법관들은 ‘이성 간의 결합이 역사상 결혼의 정의’였다고 지적했고, 동성결혼 찬성파는 ‘동성결혼 허용이 이성 간 결혼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양측 모두 기독교의 근본신앙인 창조적 관점은 논의대상으로도 삼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교계 인사들은 “종교를 기준으로 삼을 수 없는 법리적 공방의 현장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동성결혼 허용문제는 성경적 원칙을 떠나서는 제대로 논의될 수 없는 이슈”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교계는 ‘미 연방 동성결혼 합법화 저지를 위한 긴급 기도운동’을 결성하고 가정과 교회에서 기도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자마 대표 강순영 목사는 “찬성 쪽 사람들은 자신들이 차별받고 있다고 눈물을 흘려가며 판사들의 감정에 호소한다”며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국가의기강, 경제, 의학, 가정 등에 끼칠 영향을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도록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6월 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동성애 부부는 모든 연방 차원의 법적 혜택을 누리게 된다. 재산 공유와 상속, 증여 등 재산상 권리에서 가족의 지위를 얻게 되며 입양과 외국인에 대한 영주권 부여 등 이민법에 이르기까지 1,000여 분야에서 수혜대상이 된다. 하지만 전통가정의 파괴와 성과 도덕의 문란, 자녀들에게 미치는 정체성 혼란 등 해악이 우려되고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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