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65일째 되는 4월16일 (잔 유 / 변호사)

2015-04-1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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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란 시간이 지나간다. 1년 전 그날을 돌이켜보면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유사한 대형 사고가 한두 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유독 세월호 참사에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했고 아직도 그 슬픔은 계속되고 있다.

내 아이가 아직 살아있을 거라는 희생자 가족들의 희망이 하루하루 지나면서 절망으로 바뀌었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국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 사그라질 줄 몰랐다. 살릴 수 있었는데 살리지 않았다는 기막힌 사실에 분노하였고, 정부 당국 및 정치인들의 무능하고 무성의한 사후대처에 또 분노하였다.

이제 유가족들은 세월호 인양과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선언하며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당국에 진정성 있는 해결의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아직 찾지 못한 9명의 실종자와 침몰의 실제적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이 반드시 필요하다 것이 하나의 이유이고, 조사의 대상이어야 할 기관에서 파견한 공무원이 조사를 총괄하는 것은 특별법 입법 취지에 위배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이유다.

정치와는 상관이 없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피해자 유가족들이 폭주중인 정부와 여당에 맞서는 선두에 서버린 기막히고 힘겨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세월호 참사라는 거울을 통해 본 대한민국의 지난 1년은 참으로 암울했다. 대통령을 위시하여 여당과 야당, 정부당국, 주류언론, 일베와 같은 일부 극우파들이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심지어 단식을 하고 있는 유가족들 앞에서 이들을 조롱하기 위한 폭식투쟁 퍼포먼스를 벌이기까지 했다.

그 후로 임 병장 무장탈영 사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급식 중단 결정, 그 외 각종 정재계 인사들의 비리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대한민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국민의 견제를 받지 않는 정부, 법치주의라는 단어가 무색해진 사법체계, 사회 전반에 걸쳐 팽배해진 귀족들의 ‘갑질’, 복잡한 비리의 고리로 연결된 정재계 인사들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자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민주주의의 길을 거꾸로 걸으며 점점 봉건화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종북’이라는 딱지가 막강한 정치적 무기가 되어버린 기형적 사회에서 국민이 의사표현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마땅히 받아야할 공공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그 사회가 권리는 없고 의무만 강요하는 봉건사회라는 것을 뜻한다.

국민이 주인이 되지 못하는 나라는 정치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나라이다. 정치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나라에 법치주의가 설 자리는 없으며, 따라서 공정한 대우와 균등한 기회가 없는 사회에서는 건강한 자본주의가 자리 잡을 수 없다.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이 귀족화되어 자신들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사회적 질서가 계속해서 유지된다면 제2, 제3의 세월호가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것이 바로 세월호 참사를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끔 유가족들이 힘써 싸우고 있는 이유이다.

365일째 4월16일을 살고 계시는 희생자 유가족들이 마음의 달력을 넘길 수 있는 날이, 그런 사회가 어서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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