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유럽 향취가 깃든 보헤미안의 도시 ‘브라티슬라바’

2015-04-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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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①]


보헤미안의 풍류가 서린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는 ‘원초적’ 동유럽의 향수가 담긴 곳이다.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의 한 가운데 놓여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생소하게 다가왔던 슬로바키아의 수도는 다소곳하게 여행자의 마음을 빼앗는다.

‘깊은 동유럽’의 도시와 조우하는 길은 제법 단출하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수드반호프역(남역)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는 열차로 1시간 걸릴 뿐이다. 브라티슬라바 중앙역은 유럽의 젊은 배낭족들이 기타를 퉁기고 또어느 곳인가 떠나기 위해 배낭을 메고 부산하게 자리를 뜬다. 수드반호프역에서 봤던 수많은 단체관광객을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구시가지 여행은 미카엘스 탑을 중심으로 한나절이면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브라티슬라바의 도심은 다뉴브 강을 중심으로 나뉘는데 동유럽의 오래된 도시일수록 구시가, 신시가에 대한 경계선은 명확하다. 구시가지 안은 헝가리 통치 시절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유적을 고스란히 담고있다.

14세기에 세워진 미카엘스 탑은 브라티슬라바의 관문이었으며 성 위에서는 구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탑을 중심으로 서남쪽으로는 11명의 왕과 7명의 왕비를 기리는 성마틴 성당과 슬로바키아 동전에 새겨진 브라티슬라바 성이 위치했다. 브라티슬라바 성은 과거 황제의 거처였으며 나폴레옹 전쟁 때 소실됐다가 2차대전 후에 복구 됐다. 지금은 슬로바키아 의회와 시립박물관 건물로 사용되고 있어 슬로바키아의 역사, 문화, 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성 반대편에는 가장 오래된 교회인 성 프란시스칸스 교회와 구 시청사, 광장 등이 늘어섰다. 흐비쯔도슬라보브 광장 등 구도시의 골목들은 중세의 빛바랜 건물과 그 건물에 기대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옛 시청사가 있는 광장 앞주변은 노천바와 조각품들로 채색된다. 브라티슬라바의 명물인 소를 주제로 한 조각과 거리의 악사를 만날 수 있는 곳도 이곳이다.

골목 노천바에 앉아 맥주를 주문하면 ‘필스너 우르켈’이 가득 담겨나온다. 알싸한 맛이 강한 보헤미안 맥주는 구시가의 향취를 더욱 몽롱하게 만든다. 동유럽의 한적한 노천 카페에 앉아 늘씬한 슬라브 여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유적을 감상하는것은 브라티슬라바 여행의 숨겨진 묘미이기도 하다. 음악가인 프란츠 리스츠 역시 15차례나 매력적인 이 도시를 찾았다고 한다.

<글ㆍ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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