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사막으로
2015-04-09 (목) 12:00:00
뉴멕시코 차코 캐년에 있는 인디언 구조물은 19세기 이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다. 한국의 아파트 단지를 방불케 하는 이 콤플렉스는 빌딩 하나에 평균 방 200개, 큰 것은 700개에 이르는 것도 있었다. 이런 빌딩이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15개가 넘는다.
기원 700년부터 생긴 것으로 추산되는 이 집단 거주지는 1150년경부터 쇠락하기 시작하더니 1300년께부터는 폐허로 전락했다. 이런 거대한 건축물을 지었던 아나사지 부족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들 인디언 커뮤니티의 몰락 원인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1150년부터 시작된 대가뭄이다. 장장 300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이곳은 물론 멀리 남미 볼리비아의 티티카카 호수 인근 인디언 부족부터 미시시피 인디언 커뮤니티까지 사라졌다.
시기는 다르지만 체첸이차, 팔렝케 등에 거대한 피라미드를 세운 마야 문명의 몰락도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이 주원인이며 인류 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진 수메르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사라진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이렇게 보면 문명의 성쇠와 기후 변화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4년간 계속된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사상 처음 강제 절수 조치에 들어갔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25% 절수령을 발표하며 “비상한 상황은 비상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LA를 비롯한 주요 도시는 20~25%의 물 사용량을 줄여야 하지만 베벌리힐스 등 물 사용량이 많은 곳은 35%까지 절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번 절수 조치가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 전국 가뭄 지도를 보면 다른 곳은 대체로 괜찮은데 유독 캘리포니아, 그중에서도 남가주만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전체도 아니고 남가주 기후만 바뀔 수는 없다며 남가주 강수량이 머지않아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란 낙관적인 견해도 있지만 이것이 100년 이상 가는 장기 가뭄의 전조일 수 있다는 불길한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뭄이 계속되더라도 먹을 물이 없어 목말라 죽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사람들이 마시는 물은 전체 물 사용량의 극히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 훨씬 전에 미 최대 규모인 캘리포니아 농업이 반 토막이 날 것이다.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잔디밭의 실종이 될 것이다. 지금도 수도국은 잔디 대신 선인장 등 사막 식물을 심을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가뭄이 심화되면 이것이 의무 사항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 LA에 온 사람들은 ‘사막의 도시’로 알려진 LA에 푸른 잔디밭이 널려 있는 모습에 놀라곤 했는데 이제 이도 옛말이 될 것 같다. 사막이었던 남가주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