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탠딩 오피스’

2015-03-2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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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러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는 직장 동료가 다른 이들의 눈치를 느꼈는지 이런 농담을 던진다. “흡연이 몸에는 해롭지만 담배 피우느라 왔다 갔다 하고 밖에 서 있는 시간이 주는 건강상 이득을 고려하면 안에 하루 종일 앉아만 있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흡연자의 궤변이기는 하지만 이 농담에도 약간의 진실은 들어있다. 너무 앉아서만 근무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인기 심야 토크쇼 호스트인 지미 킴멜은 앉아서 일하는 것이 건강에 대단히 해롭다고 확신하는 대표적 연예인이다. 그는 “앉아서만 일하면 수명이 15년 이상 단축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것은 흡연보다 해롭다”고 주장한다. 그의 사무실에는 커다란 테이블탑을 얹은 트레드밀이 놓여 있다. 킴멜은 천천히 움직이는 트레드밀 위를 걸으면서 업무를 본다.

직원들이 서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 직장들이 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자리 잡은 벤처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런 트렌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연구는 지난 2010년 미국암협회 보고서였다. 이에 따르면 하루 여섯 시간 이상 앉아 있는 여성들은 3시간 이내 앉아 있는 여성들보다 일찍 사망할 확률이 37% 높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으면 허리나 목 디스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는 수도 없이 나와 있다. 게다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도 47% 높아진다는 2012년 연구도 있다.


서서 일하는 사무실이 가져다주는 건강상 이점과 생산성 등을 두루 고려해 페이스북은 지난 2011년 스탠딩 오피스를 도입했다. 전체 책상 가운데 10% 정도를 스탠딩 책상으로 바꾼 것이다.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도 서서 일할 때가 많다. AOL 등 다른 IT 관련 기업들도 이런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기업들은 회의까지도 서서 한다.

서서 일하는 문화를 도입한 기업들이 밝히는 스탠딩 오피스의 장점은 다양하다. 직원들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집중력 향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생산성까지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 기업주는 “불면증이 사라졌다며 만족을 나타내는 직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물론 스탠딩 오피스로 전환하는 데는 비용이 따른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을 구입하는데 들어가는 돈만 해도 만만치 않다. 개당 보통 1,000달러 내외다. 하지만 스탠딩 오피스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선도적 기업들의 이구동성이다.

서서 일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해도 하루 종일 서서 일할 수는 없는 노릇. 전문가들은 3~4시간 정도는 서서 일하고 나머지는 몸 상태에 따라 편한 자세로 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곧바로 스탠딩 오피스를 꾸밀 처지가 못 된다면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주기라도 하는 것이 좋다.

동료에게 전화하거나 이메일 할 일 있다면 직접 찾아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어떨까. 장시간 앉아 일하는 것을 암과 심장병, 비만을 유발한다고 해 ‘새로운 흡연’(New Smoking)이라 부르는 의사들도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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