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자가 들어선다. 그는 전임자의 부패상을 비난한다. 그리고 선언한다. 부패척결이다. 임기가 차 물러 날 때 그러나 그가 저지른 부패는 전임자를 훨씬 능가한다.
아이티의 두발리에, 페루의 후지모리, 터키의 에르도안 등이 그 전형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부패척결을 외쳐왔다. 그러나 그들이 권력을 통해 끌어 모은 재산은 적게 잡아 수억달러가 보통이다.
“누구든지 뇌물을 받는다.” 부패문제 전문가 존 누넌이 그의 저서 ‘뇌물’(Bribe)을 통해 한 말이다. 고대 로마인도, 영국인도, 가톨릭도, 유대인도, 프로테스탄트도 예외가 아니다. 자본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제국주의자도, 애국자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부패라는 영어 단어 “corruption”은 뇌물, 손상 파괴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 corrmpere에서 유래됐다. 부패는 인간사 곳곳에 스며들어 때로는 스스로가 부패했는지도 모를 정도다.
그러니까 ‘청렴도 100%의 책임지는 정부’라는 건 하나의 이상(ideal)이고 비정상일 수도 있다.
부패가 전통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리적 여건부터가 그렇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끼여 있는 작은 섬으로 일종의 마약밀매 보세창고 역할을 했다.
1951년 10월 이 섬의 북동부지역의 한 작은 항구 풍골에서 수송 중이던 상당한 양의 아편이 약탈당했다. 당시 이 섬을 지배한 영국의 식민정부는 이 사건에 고위직 지역 경찰관들이 대거 가담한 사실을 밝혀냈다.
식민정부는 새로 정부기구를 만들었다.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특별 기구를 발족시킨 것.
그리고 수 년 후 이 섬은 독립을 했다. 새 총리는 부패척결을 선언했다. 각료들은 취임 때 흰색 셔츠와 바지를 착복케 했다. 순결의식을 통해 부패척결의 의지를 다진 것이다.
그 섬은 싱가포르다. 그 새 총리의 이름은 리콴유. 부패와의 전쟁에서 그가 먼저 착수한 것은 공무원 봉급의 파격적 인상이다. 뇌물의 유혹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뇌물을 받는 사람을 엄벌로 다스렸다.
1990년 리콴유가 총리 직에서 물러났을 때 싱가포르는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국가의 하나가 됐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투명한 정부 부문에서 7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물론, 호주, 아이슬란드보다도 더 깨끗한 정부가 싱가포르 정부라는 이야기다.
그 리콴유가 영면했다. 범죄와 부패로 찌들었던 가난한 어촌 싱가포르를 ‘21세기 형 모델국가’로 성장시키고. 그런 그를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아시아의 전설’이라고 치켜세웠다. 오바마뿐이 아니다. 전 세계 정치지도자들로부터 이 ‘아시아의 거인’에 대한 찬사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정치적 계산이 깔린 제스처인가. 아니면 말 그대로 깨끗한 나라 건설을 위해서인가. 앞으로 두고 볼 일. 그러나 왠지 후자 보다는 아무래도 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앞선다.